영화 <FAITH>시사회 현장.

 

영화 <추격자> <황해> <곡성> 등의 대표작은 지닌 나홍진 감독과 삼성전자의 ‘갤럭시 S23 울트라’가 만났다. 이들의 만남은 ‘Filmed #withGalaxy’ 캠페인의 일환으로 세계적인 영화감독들이 갤럭시 S 시리즈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촬영하고, 갤럭시 사용자에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다. 이들의 만남으로 탄생한 단편 스릴러 영화 <FAITH>는 어두운 이미지와 서스펜스 요소가 담겨 나홍진 감독 특유의 미장센이 돋보인다.

지난 2월 22일, 영화 <FAITH>의 시사회에서 나홍진 감독을 직접 만나 영화 <FAITH>와 ‘갤럭시 S23 울트라’와 함께한 제작 과정에 대해 물었다.

 

영화 <FAITH>시사회 중 나홍진 감독.

영화 <FAITH>시사회 중 고준 배우.

영화 <FAITH>시사회 중 최무성 배우.

 

영화 제목처럼 ‘신념’을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있을까요? 단편 영화는 학생 때 만들어보고 그 이후로는 처음인데 (웃음) 고민이 됐죠. 10분 안에 어떤 서사를 담아낼 수 있을까. 그러다 최근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장면이 생각났어요. 페이커와 데프트 팀 간의 결승이었는데, 저는 페이커 팀이 무조건 이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데프트 팀이 우승을 한 거예요.(웃음) 우승 트로피를 받고 인터뷰를 할 때 데프트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데프트의 발언으로 유명해졌잖아요. 많은 이들이 이 말을 곱씹는 걸 보면서 저도 그랬죠. 많은 이들이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처럼 그 신념을 지닌 이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울러 스스로의 신념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그 신념은 당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에게 있다’ 이런 이야기도 장난스럽게 섞어보고 싶었고요.

 장난스러웠다기엔 그 장면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충격을 주면 안 되는 게 12세 관람가를 약속했거든요.(웃음)

 

영화 <FAITH>메이킹 필름 장면.

 

영화는 열쇠의 행방을 쫓는 A(고준)와 C(엄태구), 그리고 열쇠를 건네는 B(최무성)의 인물이 등장해요. 그 열쇠는 ‘신념’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네, 맞습니다. 처음 시나리오에는 괄호를 치고 ‘우리가 아는 열쇠 형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적어뒀었죠. ‘열쇠’라는 단어가 아닌 세상에 없는 말을 써볼까 생각도 했어요. 계속 고민하다 실제 열쇠를 보게 되었는데 굉장히 낯설더라고요. 요즘 자물쇠와 열쇠를 사용하지 않잖아요. 오히려 우리가 사용하던 평범하고 일상적인 열쇠로 ‘열쇠’를 표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열쇠와 더불어 인물 A와 C의 화려한 페이스페인팅도 신념을 나타내는 장치인가요? 인물 내면의 신념을 외면적으로 표현했어요. 본인의 신념을 짙게 드러내는 이들처럼 페이스페인팅의 화려함이 그들의 강렬한 신념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열쇠를 건네는 B는 어떤 인물인가요? 이 인물도 젊었을 때 열쇠를 찾으러 다닌 경험이 있겠죠. 열쇠를 가지려는 인물들이 허공에 떠있듯 픽션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면, B는 이들에게 열쇠를 건네고 제3자의 입장에서 이들의 행동을 바라봐요. 그래서 B가 스토리의 중심에서 기준을 마련해 줄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B의 수위에 맞춰 영화를 보게 된다면 시나리오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촬영 과정도 궁금해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건 어땠나요? 밑도 끝도 없이 밀고 나가고 밀어붙이는 그런 10분이 되길 바랐어요. 가장 우려된 점은 우리가 촬영하게 될 작품이 스마트폰으로 촬영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죠.(웃음) 영화를 위해 준비해온 것들이 온전히 담길 것인가 계속 걱정했어요. 또 출시되기 전 제품이라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도 계속 기능이 업데이트되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저 계속 테스트를 진행하며 카메라의 특징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우려했던 점들은 그렇게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 현장 모니터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HDR 모니터를 가져와 확인해봤는데 다들 깜짝 놀랐죠. 이제는 성능 핑계를 댈 수가 없는 거예요. 저를 비롯해서 그 누구도. 다들 괜히 했다 싶었을 거예요.(웃음)

주로 어떤 테스트들을 거쳤나요? 자연광, 형광등, 로케이션, 세트처럼 다양한 조명과 환경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포커스는 어떻게 잡히는지, 무빙은 어떻게 보이는지 등 할 수 있는 테스트는 다 했어요.

대부분 어두운 장면들인데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담겨있더라고요. 프레임 안에 보이는 모든 요소들을 담아내려 했죠. (갤럭시 S23 울트라) 카메라가 어두운 환경에 굉장히 강하더라고요. 얼굴의 페인팅 질감, 손의 주름, 열쇠의 흠집, 안경의 먼지 이런 부분들까지도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촬영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면요? 실내에서 명도와 하이라이트를 어떻게 컨트롤할 것이냐가 가장 문제였죠. 하이라이트는 어두운 곳에서 명도의 개입이 크다 보니…. 실내 촬영의 경우 천장을 뜯어내고 라이트를 숨긴 상태에서 찍었어야 했는데, 사용할 수 있는 렌즈는 하나뿐이고 화각이 넓으니 천장을 뜯어내는 게 무의미하더라고요. 그래서 형광등을 설치해 프레임 안에 노출시켰죠. 촬영 감독, 조명 감독의 많은 시도와 고민 덕분에 다 잡아낼 수 있었던 거죠.

영화를 촬영하고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이라 새롭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역시 영화는 무엇으로 어떻게 찍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8mm 필름이든, 6mm 캠코더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오랜만에 이 영화를 작업하면서 느꼈어요. ‘맞아, 영화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라고. 현재 ‘영화’라는 것 자체가 기술적인 것에 치중하고 있는데, ‘진짜 영화란 건 뭘까?’ 영화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화 <FAITH>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