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작품마다 독보적인 연출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국내 개봉한다. <오펜하이머>는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 영화로, 해외에서 먼저 개봉해 5억 5천만 달러의 수익을 달성하며 흥행 중이다. 이에 한국 관객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목적으로 비밀리에 진행되었던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그린다. 감독은 오펜하이머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다룬 이유에 대해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이의 마음과 경험 속으로 관객들을 데려가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이 파괴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던 한 인물의 내면을 스크린에 펼쳐낸 작품인 셈이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서사에 집중하기 위해, 감독은 처음으로 1인칭 시점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치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시나리오 속 인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은 배우는 감독과 여러 번 호흡을 맞춰온 킬리언 머피. 희망 혹은 절망이라는 극단의 상황에 놓인 오펜하이머의 고뇌가 킬리언 머피의 섬세한 표현을 통해 드러난다. 배우가 오펜하이머의 인터뷰 영상 등을 살펴보고, 저명한 물리학자 킵 손의 자문을 받아 직업적 지식을 얻는 등 6개월간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오펜하이머>에는 킬리언 머피를 비롯한 다수의 할리우드 배우들이 함께한다. 생물학자 겸 식물학자이자 당시 여성상에 순응하기를 거부했던 오펜하이머의 부인 ‘키티 오펜하이머’는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다.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끄는 장군 ‘레슬리 그로브스’ 역은 맷 데이먼이, 원자력 위원회 창립위원 ‘루이스 스트라우스’ 역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았다. 이처럼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배우들의 호연이 조화를 이루며 영화 속 이야기가 더욱 실감 나게 전달된다.
사실적이면서도 강렬한 비주얼 또한 주목할 만하다. 맨해튼 프로젝트가 전개되었던 뉴멕시코주의 로스앨러모스(Los Alamos)와 같은 산맥에 위치한 고스트 랜치(Ghost Ranch)에 실제와 유사한 세트를 마련하고, 오펜하이머 부부가 등장하는 장면은 그들의 생가에서 촬영하는 등 로케이션부터 세심한 노력이 묻어난다. 핵 폭발 순간을 비롯한 모든 장면을 CG 없이 구현해 보다 현실적인 장면을 완성하고, 사상 최초로 흑백 IMAX 카메라 촬영을 도입한 만큼 극장에서의 색다른 경험도 기대하게 만든다.
세상의 변화와 파멸의 기로에 섰던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와 새로운 영화적 도전이 어우러져 완성된 작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는 8월 15일부터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