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아침 개봉 영화 신작

©️Judicaël Perrin

<다가오는 날들>과 <베르히만 아일랜드> 등을 만든 미아 한센-러브 감독이 새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을 선보였다.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유럽영화상을 수상한 이번 신작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앓는 아버지와 어린 딸을 돌보며 직장 생활까지 병행하는 여성 ‘산드라’를 주인공으로 한다. 가족과 일 그리고 새롭게 싹튼 사랑이 어우러진 산드라의 일상에는 기대와 아쉬움,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다. 하지만 눈물이 쏟아지는 순간이 있더라도 아침은 매일 찬란하게 찾아오듯이, 산드라는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9월 6일, 한국 개봉을 맞이하며 감독이 <어느 멋진 아침>의 작업 과정과 영화 속 이야기에 대한 말들을 보내왔다.

 

어느 멋진 아침 개봉 영화 신작

자전적 이야기

“제가 만들어온 모든 영화에는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어느 정도 담겨 있어요. 그중 아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모두 용서했습니다>(2007)가 <어느 멋진 아침>과 제일 가깝다고 생각해요. <어느 멋진 아침>도 제 아버지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거든요. 이 영화는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던 겨울, 아버지가 살아계실 적에 앓으셨던 질병에서 시작되었어요. 당시 제가 겪은 일들을 돌이켜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작업을 이어갔죠. 대부분의 전작들처럼 <어느 멋진 아침>도 필름 촬영을 고집했는데, 그랬더니 병원과 요양원 등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공간들에서 시적인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표현하려 하는 제 의도를 살리는 데 필름이 중요한 역할을 했죠.”

 

어느 멋진 아침 개봉 영화 신작

일상 속 여성

“<어느 멋진 아침>의 주인공 ‘산드라’를 연기할 배우로 레아 세이두를 일찍이 점찍었어요. 오랫동안 눈여겨보던 배우인데,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화려하고 강렬한 아름다움을 지닌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했더라고요. 이번 영화를 통해서는 그간의 유혹적인 매력을 걷어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수수한 차림을 한 레아가 표현하는 산드라의 일상을 지켜보며, 관객들이 그가 느끼는 감정에 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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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질병

“산드라의 아버지 ‘게오르그’가 앓는 신경퇴행성 질환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어요. 게오르그를 연기한 파스칼 그레고리도 배우로서 이 질병을 알아가는 작업에 관심을 보였고요. 파스칼은 겸손한 마음을 갖고,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가며 틀에 박히지 않은 연기를 선보였어요. 그는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배우라, 그에게 단어나 문장을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하는 게오르그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배우의 내면에 담긴 말들을 유추하며 작업하다 보면 게오르그의 상실감이 보다 잘 느껴질 것 같았죠. 그 결과, 게오르그의 나약한 신체와 그 안에 깃든 기품이 훌륭하게 표현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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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표현의 방법

“산드라는 아버지가 본인의 두려움과 고통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헌신적인 도움을 줍니다. 이렇게 아버지를 간호하는 동시에 어린 딸을 돌보고, 통역사로서의 일까지 병행하며 산드라는 꼼짝없이 갇힌 듯한 일상을 살아가요. 타인의 말을 전하는 역할을 하지만, 정작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감춰야 하죠. 그러던 어느 날 산드라의 눈앞에 옛 친구 ‘클레망’이 우연히 나타나고, 둘은 연인이 돼요. 이들의 관계는 서로에게 강렬히 이끌리는 욕망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그 욕망이 산드라에게 자기 표현의 방법이 되어줍니다. 언어가 아닌 육체적인 사랑을 통해 스스로를 보다 잘 드러낼 수 있게 된 거죠. 산드라와 클레망 사이에 새롭게 싹튼 열정이 커질수록, 둘은 이 관계를 거부하지 못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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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슬픔의 공존

“산드라와 클레망의 관계는 불안정하지만, 이들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기쁨을 느껴요. 반면 산드라가 게오르그와 같이 있을 때 느끼는 주된 감정은 슬픔이죠. 이처럼 양극단에 놓인 감정이 공존하는 상황을 영화라는 형태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느 멋진 아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장면은 게오르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고 싶어 하지 않을 때예요. 산드라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기쁨을 나누던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게오르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든요. 그런데 산드라는 이 음악 속에서 아버지의 존재를 찾으려고 애씁니다. 부녀 사이의 언어는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음악을 통해서는 희미하게나마 꾸준한 교류를 해왔던 거죠. 게오르그의 서재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도 음악과 비슷한 역할을 해요. 부녀가 음악과 책을 매개로 느끼는 신비로운 감정을 떠올리면 저 자신이 위로받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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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이어진 관계

“게오르그와 산드라는 사랑을 갈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게오르그는 기억이 흐릿해질 때조차도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의 존재만큼은 인지하고 있었어요. 연인을 끊임없이 그리워하고, 그를 다시는 보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죠. 산드라도 연인인 클레망,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어요. 게오르그와 산드라가 의사소통이 어려워졌음에도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간다는 사실도 부녀 관계의 중심에 사랑이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일 테고요. 물론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는 순간도 있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사랑은 서로를 어떻게든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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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마음

“정신이 맑지 않은 게오르그는 더 이상 산드라가 알던 아버지가 아니에요. 그럼에도 게오르그라는 사람을 이루는 어떤 요소, 이를테면 그의 감수성이나 본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사라짐’과 ‘존재함’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동시에 전개하다 보면, 질병을 초월할 수 있는 강렬한 정서를 느낄 수 있어요. 질병을 보다 잘 이해하고, 이로 인한 모든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존재를 애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드라는 결국 아픈 아버지로부터 벗어나야 해요. 그 과정은 무언가를 포기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죄책감을 동반하고, 누군가는 산드라를 이기적이라 여길 수도 있죠. 하지만 이는 산드라에게 필요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산드라가 그 누구도 아닌 본인의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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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빛

“제 아버지가 생전 요양원에 계실 때 저와 제 남자친구, 딸이 함께 파리의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른 적이 있습니다. 마음속에 비애와 행복이 공존하던 그 순간, 저는 행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 경험이 <어느 멋진 아침> 마지막 장면의 영감이 되어주었어요. 만약 제가 게오르그의 입장만을 생각했다면, ‘해피 엔딩’은 절대 있을 수 없어요. 게오르그의 질병은 호전되기는커녕 점점 악화될 테니까요. 하지만 전 영화의 결말에 비극만 남겨두고 싶지 않어요. 그래서 더 어두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 이야기의 끝에 약간의 빛을 밝혀두었습니다. 제 영화는 언제나 빛을 향해 나아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 빛이 제 영화 작업의 원동력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