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또렷한 취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이들의 시선은 귀중한 경로가 된다.
날 선 감각을 지닌 25명의 문화 예술계 인물에게서
요즘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피나 바우쉬(Pina Bausch)
영화 <피나>를 본 것은 나에게 꽤 큰 사건이었다. 무용에 대한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졌고, 관념과 감정 등을 때론 적나라하게, 때론 강렬하게 몸으로 표출하는 무용가 피나 바우쉬에게 푹 빠지게 된 것이다. 영화를 본 후 그의 삶에 관심이 생겨 관련 다큐멘터리와 책 <피나 바우쉬: 끝나지 않을 몸짓>까지 섭렵하며 그가 얼마나 혁신적이고 열정적이며, 진솔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표현해냈는지를 알게 되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삶이 무료할 때, 고민이 생길 때마다 그의 무대를 보면 답답한 마음은 사라지고 어떤 에너지가 솟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이혜진(공간 & 와인 디렉터)
윌 웰치(Will Welch)
가장 동시대적인 에디터를 꼽으라면 미국 <GQ> 편집장 윌 웰치가 아닐까. 그는 저스틴 비버가 ‘Peaches’로 난데없이 엄청난 인기를 호령할 때, 그를 거꾸로 매단 사진을 커버로 내걸었다. 저스틴 비버가 세상을 뒤집은 건지, 그가 뒤집힌 건지는 윌 웰치와 커버를 촬영한 라이언 맥긴리만 알 것이다. 이런 파격적인 화보는 물론, 기존 매거진의 페이지 수를 대폭 줄이고, 온라인 매거진의 함량을 높이는 등 파격적인 변화를 꾀했다. 변화는 성공적이었고, 미국의 유명 라이선스 매거진들이 그 방식을 따랐다. 양보연(콘텐츠 디렉터)
권수빈
<플러스>는 뉴욕을 기반으로 아트, 디자인, 문화를 소개하는 매거진이다. 잡지의 함량만큼이나 놀라운 건, 20대 젊은 발행인 권수빈이 편집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 그를 보면 경험은 나이를 초월한다는 걸 체감한다. 그는 남다른 비전과 과감한 아이디어로 차분하게 꿈을 이루고 있다. 발행 5회 만에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게 됐고, 유수의 갤러리가 주목하는 신예 잡지가 되었다. 박정애(공간 및 브랜드 컨설턴트)
윤(YOON)
앰부시(AMBUSH)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윤은 요즘 멋있다고 생각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의 인터뷰가 담긴 짧은 영상을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당당한 말투와 표정에서 매력을 느꼈다. 어느새 그의 패션 아이템, 메이크업 스타일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가 브랜드를 이끌며 일에 열중하는 모습과 귀여운 셀피까지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된다. 쏠(뮤지션)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출간한 지 10년이 넘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느지막이 읽고 저자인 유발 하라리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는 이스라엘 역사학자로 중세 전쟁사를 연구하는 인물이다. 한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분야를 넘나드는 거시적 통찰을 바탕으로 현재 지구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우리 ‘호모사피엔스’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그의 방대한 지식이 놀랍다. 인간의 본질을 당돌하게 파고든 그에게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 서유석(프리랜서 에디터)
이미래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이미래 작가의 작품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강렬한 현대미술의 끝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에 대해 더 찾아보게 되었고, 그의 신작이 궁금해졌다. 미국의 뉴 뮤지엄에서 전시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땐 당장 비행기에 오르고 싶었다. 이지현(문화기획자)
키키 스미스(Kiki Smith)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시기나 질문하는 대상 혹은 대화하는 장소 등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최근에는 조각가 키키 스미스의 작업에 매혹되었는데, 부드러워 보이지만 강인한 그의 작품에서 강한 에너지를 느낀다. 작품 설명을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에너지가 좋고,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도 흥미롭다.또 그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불현듯 깨닫게 되는 것이 많은데, 최근에 본 한 인터뷰의 마지막 글귀가 생각난다. “당신의 인생이 진정한 삶이 되는 방법은 타인과 공명하는 것뿐이다.” 맹나현(큐레이터)
루이스 슬레이터(Louis Slater)
머지않아 오픈 예정인 GTBT 갤러리에서 영국 작가 루이스 슬레이터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내가 갤러리를 시작하게 된 큰 계기 중 하나인데,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다 보니 작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가 운영하는 브랜드 ‘섹스케이트보즈’는 내가 예전에 편집숍을 운영할 때 제품을 바잉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는 내게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자 우리나라에 꼭 소개하고 싶은 작가다. 그에 대한 생각이 더 확장되면, 그가 중심인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볼 생각도 있다. 굿 넥(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