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binzip

서울에 사는 직장인 컬렉터.
잘 만든 유·무형의 콘텐츠에 대한
열망이 강한 편이다.
문학 소년, 시네 키즈 시절을 지나
현재는 현대미술에 집중하고 있다.

 

에이라운지가 진행한 컬렉터 릴레이전 <컬렉션: 취향의 발견> 중 빈집 컬렉터의 소장품 전시 전경

INFORMATION GATHERING

내게 디지털이란 발품을 팔아 작품을 확인하러 가기 전에 예습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원으로 온라인을 활용한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처음 발견한 작품에 대해서는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눈으로 직접 보고 난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플랫폼 우선 작가나 미술관, 갤러리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여기에 더해 아트뉴스(ARTnews), 아트바바 (ARTBAVA) 등 다양한 아트 관련 매체를 참고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면 무한 구글링을 이어간다.

나의 아트 커뮤니티 지난해 11월부터 토탈미술관에서 주관하는 독서 모임 ‘일(ㄱ)자회’에 참여하고 있다. 미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인문학, 사회학 책을 선정해 한 달에 한 권씩 읽으며 감상을 나누는 모임이다. 모임원들과 함께하는 오픈 채팅방에서 책이나 전시 소식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디지털 컬렉팅의 명과 암 알고리즘 덕분에 관심사 기반의 콘텐츠를 큰 노력 없이 추천받을 수 있다는 점은 유용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얻는 가벼운 정보에만 익숙해지면 컬렉팅에 필요한 주관을 형성하기 힘들어질 거라고 본다.

 

BUYING

만족스러운 디지털 컬렉팅 매일 밤 11시에 작품을 한 점씩 소개하는 백그라운드 아트웍스(BGA)의 구독 서비스를 인상 깊게 봤다. 소설가, 큐레이터, 비평가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필자들이 각자의 감상을 담아 작성한 에세이를 함께 제공하고, 오프라인 전시장인 ‘BGA 인덱스’에서 작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도 있다.

구매 전 체크리스트 갤러리에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제공받아 작품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과거에 온라인상으로 작품 이미지만 보고 구매를 결정했다고 실물을 접하고 다른 작품이 마음에 들어 바꾼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 낯선 작가의 작품이나 새로운 기법으로 만든 작품일수록 생산과 유통에 관련된 이들이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ARCHIVING

아카이빙 팁 전시에 다녀올 때마다 작품이나 전시장 전경 사진을 시간순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에 동기화해둔다. 특히 좋았던 전시나 애착이 가는 소장품은 일기처럼 기억과 감상을 함께 기록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활용한다.

아카이빙 사이트 고 전나환 작가의 역대 전시와 미발표작, 그리고 작가 노트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나환 아카이브’ 홈페이지가 기억에 남는다. 그가 세상에 남긴 아름다움을 빠짐없이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 김형주 디렉터의 정성이 느껴져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감상했다.

디지털 아카이빙의 즐거움과 아쉬움 디지털 아카이빙은 무한한 이미지의 늪에서 내게 의미 있는 작품을 잊지 않기 위해 바다 위에 부표를 띄워두는 것과 같다. 다만 개인 계정에 전시 관련 포스팅의 비중이 높다 보니 가끔 비즈니스 계정으로 오해를 받아 곤란할 때가 있다.

 

첫 컬렉팅의 기억

컬렉팅 초기에는 접하기 쉬운 회화나 사진 등 평면 작품 위주로 수집했는데, 지금은 특정 매체에 대한 선호 없이 영상, 조각, 설치미술까지 폭넓게 보고 있다. 미술관 도슨트로 활동하던 시기에 미술가를 제외하고 이 분야에서 시도할 수 있는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고민하다 자연스럽게 컬렉팅을 시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