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또렷한 취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이들의 시선은 귀중한 경로가 된다.
날 선 감각을 지닌 25명의 문화 예술계 인물에게서
요즘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임윤찬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그려내는 힘 있고 아름다운 선율이 참 좋다. 천재적인 연주는 물론, 눈을 가리는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는 소년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에 반해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조금도 없고, 콩쿠르에 나온 이유는 내 음악이 얼마나 성숙해졌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등수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인터뷰에서 하는 말을 들으며 그가 피아노에 흠뻑 빠져 있음을 느꼈다. 무언가에 그토록 깊이 몰입한 사람을 오랜만에 보았고, 그게 내게 큰 자극이 되었다. 그가 피아노와 함께 앞으로 얼마나 멋지게 성장할지 기대된다 . 김참새 (미술가) 

김순모

근 10년간 알고 지낸 좋은 사람. 같이 미술을 하다 갑자기 목수 일을 배우고 인테리어의 길로 들어서더니 최근에는 사뭇 진지하게 건축사 사무소를 차렸다. 앞으로 어떤 예쁜 공간을 만들어낼지 매우 기대되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바다. 최수진 (공예작가)

 

이센스

2집 <이방인>활동을 마무리하는 라이브 공연에 갔을 때 이센스는 “음악과 관련 없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이젠 괜찮다, 뭔가가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센스가 음악만 생각했을 때 나오는 앨범이 7월 13일에 공개되었다. 발매 전 미리 들어본 이들이 일찍이 ‘끝내준다’고 증언했고, 나 또한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정우영(프리랜서 에디터)


조유진

최근 콘서트에 다녀온 후 팬심이 더욱 깊어졌다. 내게도 팬들이 종종 ‘오랫동안 노래해주세요’, ‘노래해주셔서 고마워요’ 같은 말을 해줄 때가 있는데, 조유진 님을 보며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저 계속 노래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샘솟게 만드는 뮤지션. 언젠간 나도 오래오래 노래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이런 벅찬 감정을 안길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버둥(뮤지션)

 

지빈

밴드 Y2K92의 멤버다. 그가 쓰는 가사는 다다이즘적이고, 멜로디는 예측 불가하다. 그의 앳되고 앙칼진 목소리는 Y2K92의 곡에 임팩트를 더한다. 평상시에는 늘 수줍은 미소를 띠지만 무대 위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혼자 공중에 10cm 정도 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대 장악력이 대단하다. 긴 눈과 도톰한 입술이 매력적인 그는 종종 모델로도 활동한다. 솔로 EP를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Y2K92가 아닌 솔로 뮤지션지빈이 보여줄 변화 또한 사뭇 기대된다. 허지인(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문호

과학과 철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현실을 외면하고 논리와 의미에 갇혀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하지만 과학자 박문호는 과학적 접근으로 철학적 의미를 해석한다. 물론 이것은 그가 하는 일의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나에겐 이런 해석이 불필요한 의미를 찾는 데 쓸 에너지를 덜어주어 더없이 고맙다. 김상인(미술가)

 

영썬(Young Sun)

요새 내가 가장 좋아하는 DJ다.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노련하고 안정적이지만, 정식으로 데뷔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테크노부터 하우스, 일렉트로, 애시드, 브레이크비트, 다운템포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음악적 스펙트럼에서 포용력과 자유로움이 느껴지고, 그 깊이 또한 무궁무진하다. 채Chae(DJ)

 

빈지노

본인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는 멋진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그 자유로움의 중심에 본인만의 색이 단단하게 자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남다른 전달력 또한 동경의 대상이다. 나도 대중에게 더 많이 보여주며 가슴 뛰는 일을 하겠다는 꿈을 더욱 단단히 품게 한다. 요즘 작업할 때 빈지노의 신보 를 자주 듣고 있다. 필독(뮤지션 겸 미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