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고원의 사람들은 1960년대 이전부터 자연의 순환을 따르는 단순한 삶을 지향해왔다.

바람을 쐬어 건조해진 피부, 햇빛에 붉어진 뺨을 가진 리토마 마을 여성의 자연스러운 얼굴

해발 3200m에 달하는 티베트고원은 ‘세계의 지붕’이라 불린다.

티베트고원에 서식하는 야크는 리토마 마을의 전통적 생활 방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원의 들판에서 한가로이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어머니와 아들

프로젝트 제목이 ‘DYAL THAK’이다. 어떤 의미를 지닌 표현인지 궁금하다. ‘DYAL THAK’은 티베트어로 상호 유대 또는 공동의 실을 뜻한다. 티베트의 전통 수공예를 다룬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양손과 실, 공동체와 민족,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섬유와 패션 디자인을 공부한 경험이 있는데, 2년 전 티베트고원에 전통 수공예 작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궁금증이 생겨 그곳의 작은 마을 ‘리토마(Ritoma)’로 향했다. 그림 같은 자연, 들판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동물들, 곳곳에 자리한 사원은 현대 문명의 영향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경제와 사회의 발전으로 전통이 위협받는 상황인데도 흔들리지 않고 낙관적인 삶을 살아가는 순수한 공동체에 마음이 이끌려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사진 작업을 위해 마을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다. 그렇다. 그들과의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통역사나 현지 종교 지도자 등의 도움을 받았다. 그 덕분에 티베트고원의 관습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의미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마을 사람들은 나를 기꺼이 환대하며 내가 그곳에 머무는 3개월 동안 그들의 일부로 살게 해주었다. 우린 자주 함께 식사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더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촬영할 때 중요하게 여긴 지점은 뭔가? 사진에 담길 장면 자체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인상적인 무언가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풍경에 느끼는 원초적 감정을 유지하며 셔터를 눌렀다. 매력적인 이미지는 사진가의 역량이 아니라 현장의 빛과 공기, 피사체와의 유대감 등으로 인해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했더니 부끄러운 마음에 그만 웃어버리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들의 꾸밈없는 얼굴에서 아름다움을 보았다.

리토마의 공예가들은 야크에서 얻은 섬유를 활용해 실을 잣고 직물을 짠다

티베트의 전통 수공예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만든 직물은 부드럽고 통기성이 뛰어나다.

마을 사람들과 유대감을 쌓은 사진가가 포착한 소녀들의 해사한 미소

집에서 수를 놓던 여성들은 이제 공동체 기반의 수공예 산업을 이끌고 있다.

마을의 수공예 작업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나? 마을 사람들의 삶은 야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들은 동물과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을 품은 채 야크에서 얻은 섬유를 활용해 실을 잣고 직물을 짠다. 이를 공동체 기반의 소규모 산업으로 구축했는데, 이끄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집에 머물며 수공예 작업을 하던 여성들이 공예품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힘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자신들만의 생활 방식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내일을 만들어간다.

그들의 수공예가 현대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나? 물론 작업 진행 속도가 더딘 수공예는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미지의 지역에서 조용히,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온 전통 수공예는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많은 이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거치며 표준화된 상품에 피로를 느끼고, 색다른 제품을 찾고 있지 않나. 리토마 사람들이 전통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직접 만든 직물은 솜사탕처럼 푹신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마을 공예가들은 그들의 창작물이 가진 가치를 애써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본인의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들의 삶이 지닌 미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균형’. 리토마 사람들은 자연의 순환을 따르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도 고유한 전통을 신뢰한다. 이처럼 지구 곳곳에는 전통적으로 쌓아온 지혜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공동체가 존재한다. 우리 또한 미래 세대를 위해 균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티베트고원에서 만난 사람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나? 난 현대사회의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리토마 사람들의 삶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매료되었으며 그런 삶을 열망한다. 한편으로는 그 사람들의 다른 삶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언젠가 그들이 타지를 여행하며 대도시를 경험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펼쳐질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전통적 삶의 방식을 유지하는 동시에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그들에게 생긴다면 좋겠다.

이 프로젝트를 마주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프로젝트가 티베트를 비롯한 동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단편적인 말이나 장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동양의 모습이 분명히 있다. 이를 티베트고원의 평화로운 일상과 조화로운 문화가 담긴 내 사진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리토마의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자주적으로 행동할 줄 안다.

현대 문명에 손상되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는 마을의 건축물

카메라를 당당하게 응시하는 티베트 소년

여성 공예가들은 대량생산의 시대에도 굳건히 전통 수공예를 지키고 있다.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리토마 마을의 면면은 미디어가 조명하지 않는 동양의 일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