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커런츠 부문은 올해 영화평론가이자 감독인 정성일 심사위원장을 중심으로 총 다섯 명의 심사위원단이 10편의 영화 중 수상작을 선정한다.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모리 다츠야 감독의 <1923년 9월>이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나는 신문 기자다>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던 그는 첫 장편 극영화 <1923년 9월>에서 관동 대지진 시기 조선인 학살 문제를 되짚는다. 최근 한일 관계와 공명하는, 그 테마만으로도 관심을 갖게 되는 작품으로 일본인의 시각에서 한국의 비극적 역사를 어떻게 재현했는지 궁금해진다. 또 한편의 일본 영화는 야마모토 아키라감독의 <열병을 앓고 난 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광기 어린 사랑 이야기로 로맨스와 스릴러가 결합한 작품이다. 중국에서 온 <빌려온 시간>은 초이지 감독의 첫 장편으로,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1980년대 중국과 홍콩의 미묘한 역사적 관계를 노스탤지어 톤으로 담아낸다. 가족과 사랑을 테마로 한 여성 주인공의 작품이다.
올해 뉴 커런츠 부문에서 두 편의 방글라데시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이퀴발 초두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더 레슬러>는 작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레슬링과 유사한 방글라데시 전통 스포츠 ‘볼리’ 를 소재로 한다. 매일 체력을 단련해 챔피언에게 도전해 승리를 거두려는 주인공의 집념이 자연의 이미지와 함께 어우러진다. 비플랍 사르카의 첫 장편 <스트레인저> 역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도시에서 돌아온 아버지와 가족 사이의 긴장감을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이의 성장과 구성원들 사이의 이해라는, 가족 영화의 전형적인 테마를 품고 있다. 인도의 라제쉬 잘라는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화장터의 아이들>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바 있다. 올해는 첫 장편 극영화 <스파크>로 부산을 찾는데, 힌두교의 성지인 바라나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종교와 구원에 대해 묻는 철학적 작품이다. 특히 시적인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출신인 태국의 파티판 분타릭 감독은 첫 장편 <솔리드 바이 더 씨>로 관객과 만난다. 태국 남부의 작은 해안 마을이 배경인 이 영화는 이곳에 사는 한 여성이 우연한 계기로 시각 예술가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퀴어 로맨스다. 동성애를 금지하는 전통 사회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개인의 내면적 갈등을 보여준다. 말레이시아의 치아 치섬 감독이 만든 <지금, 오아시스>는 외국인 불법 체류 노동자의 문제를 엄마와 딸의 안타까운 관계를 통해 보여준다. 한 마을에 살지만 마치 모르는 타인처럼 행동해야 하는 모녀의 사연이다.
두 편의 한국 영화가 뉴 커런츠 부문에서 첫 선을 보인다. 2017년 <아가페>를 시작으로 2022년 <졍서, 졍서>까지 꾸준히 단편 작업을 해온 손현록 감독이 선보인 <그 여름날의 거짓말>은 그의 첫 장편이다. ‘청소년 치정극’이라 부를 만한 이 영화는 한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방학 숙제로 써낸, ‘여름의 추억’에 대한 글로 시작한다. 그가 남자친구와 여름 동안 경험한 연애와 갈등의 이야기에 담임 교사는 그 진위 여부에 대해 추궁하고, 여학생은 반성문을 쓰게 되는 내용이 영화로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이종수 감독의 <부모 바보>다. 사회복무요원과 사회복지사 그리고 복지관을 찾는 노인.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접할 수 있는 인물들이 만나 만들어내는 이 영화의 독특하면서도 괴이한 분위기는 일면 작년 뉴 커런츠 부문 상영작인 <괴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올해 뉴 커런츠 부문의 작품들은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역사에 대한 관심과 강렬한 로맨스 등 다양한 테마를 지닌다. 현재 아시아 영화의 전위인 이들 중 어떤 영화가 트로피를 거머쥐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