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의 즐거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전 세계 거장들의 신작들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아이콘 섹션은 올해 베를린, 칸, 베니스, 로카르노 등 주요 영화제의 수상작 및 거장의 신작을 원없이 볼 수 있는 기회다.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쥐스틴 트리에의 <추락의 해부>는 스릴러와 법정 드라마를 거쳐 한 여인의 초상을 그린다. 칸에서 감독상을 받은 트란 안 홍의 <프렌치 수프>는 줄리엣 비노쉬, 브누아 마지 멜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인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기괴하고 초현실적인 드라마 <가여운 것들>,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에 빛나는 니콜라 필리베르의 다큐멘터리 <파리 아다망에서 만난 사람들>도 수작이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

시네필에게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폴른 리브스>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여성과 알코올에 기대 사는 남성의 우연한 만남과 로맨스다. <벌집의 정령> <남쪽> <햇빛 속의 모과나무> 이후 30여 년 만에 단독 장편을 내놓은 스페인의 빅토르 에리세의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단연 귀하다. 현존하는 다큐멘터리영화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프레데릭 와이즈만의 <메뉴의 즐거움-트와그로 가족>은 프랑스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내놓기까지의 과정 을 4시간의 러닝타임으로 보여준다. 여성 감독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폴란드의 아그네츠카 홀란드는 <푸른 장벽>을 통해 2021년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 지대에서 실제로 있었던 난민 문제를 영화화했다. 이 외에도 난니 모레티의 <찬란한 내일로>, 리산드로 알론조의 <유레카>, 마르코 벨로 키오의 <납치>, 미셸 공드리의 <공드리의 솔루션 북>, 빔 벤더스의 <빔 벤더스의 안젤름 3D>, 앙겔 라샤넬렉의 <뮤직>, 왕빙의 <청춘(봄)>, 필립 가렐 의 <북두칠성>, 홍상수의 <우리의 하루> 등 챙겨 봐야 할 작품 목록이 빼곡하게 채워진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이름이 있다.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등으로 확실한 팬층 을 확보하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는 성실한 창작 자답게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발 빠르게 돌아왔다. <행복한 라짜로>의 알리체 로바허는 <키메라>를 통해 또다시 현실과 죽음마저 초월한 사랑의 판타지를 그려낸다. <배드 럭 뱅잉>의 라두 주데는 로카르노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로 관 객과 만난다. 한편, 오픈 시네마 섹션의 <도그맨> 은 탄탄한 구성을 바탕으로 스릴러와 휴먼 드라마의 절묘한 조화를 시도한 뤽 베송의 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