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의 젊은 영화인이 모여 두 편의 영화를 만들고, 완성된 영화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상영한다. 24명의 펠로우를 이끌어갈 4명의 멘토·강사진에게 질문했다. 여러 나라에서 모인 서로 다른 이들이 함께 영화를 만드는 일과 그것이 지니는 가치에 대하여. 어쩌면 영화를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란 영화 너머로 누군가의 삶을 알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CHANEL × BIFF
ASIAN FILM ACADEMY

폴란드의 촬영감독이자 영화감독, 사진작가. 장편영화와 단편영화, 다큐멘터리뿐 아니라 TV 시리즈, 광고, 뮤직비디오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2011년부터 인도 영화계에서 일하기 시작해 <마르다니>와 <술탄> 등을 선보이며 촬영감독으로서 인지도를 높여왔다.

촬영 멘토

아르투르 주라브스키

감독

2018년 아시아필름아카데미에 촬영 멘토로 참여한 이후 다시 함께하게 되었다. 지난 아카데미에서 한 펠로우가 보여준 뜨거운 열정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는 회식 자리에서 나에게 촬영에 대한 몇 가지 기술적인 질문을 했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문제였으므로 다음날 아침에 이야기하자고 했지만, 사실 회식이 늦은 밤까지 이어진 터라 이른 아침에 그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아침부터 달려온 그를 보며 영화제작에 엄청난 열의를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작업은 나에게도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시야를 확장할 기회를 준다. 펠로우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며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려 한다. 우리가 가진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데 내가 쌓아온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좋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어떤 이야기가 좋은 것인지, 더불어 왜 그렇게 느끼는지 알아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결국 좋은 장면을 만든다는 건 그에 맞는 적절한 이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번 CHANEL ×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에 무엇을 기대하나? 영화는 가장 보편적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수단이자 언어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동일한 이미지도 상이하게 해석할 수 있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펠로우들과 이미지 인식에 대한 실험을 하며 함께 발전해 나가면 좋겠다. 더불어 젊은 영화제작자들이 보여줄 활기와 그들과 함께 만들어낼 결과물을 기대하고 있다.

 

파리 국제영화학교(EICAR)를 졸업한 뒤 여러 편의 실험적인 독립 극영화를 연출한 영화감독. 영화 <누에치던 방>으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 시민평론가상을 받았고, 2023 년 <사랑의 고고학>이 예테보리 국제영화제 잉마르 베르히만 경쟁 부문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스크립트 닥터

이완민

감독

 

CHANEL ×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ACF) 인큐베이팅 지원작 심사에 참여할 때,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 놓인 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이번에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스크립트 닥터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맡게 되었다. 그 과정은 어땠나?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온라인을 통해 약 한 달간 스크립트 닥터로 활동했다. 공동 작업 형태로 진행하다 보니, 스스로 역할을 모더레이터 정도로 설정했던 것 같다. 일방적인 강의 형태보다는 두 편의 시나리오 완성을 목표로 하는 공동 작업 형태면 좋겠다는 멘토진의 이야기를 듣고 방향을 잡아 진행했다.

어떤 태도로 임했나? 결과 지향적인 시나리오 작업보다는 다양한 질문을 붙들고 함께 답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각자의 고유한 감각과 생각, 취향을 존중하기 위해 작업의 방향은 설정하되 강요하지 않으려 했다. 공정한 절차를 거쳐 모두가 평등하게 발언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대화와 협의 과정을 거쳤다.

좋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타인뿐 아니라 나 자신을 유심히 관찰하는 태도. 이건 비단 창작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이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실제 내 모습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를 충분히 이해해야 타인을 더 깊이 살펴볼 수 있는 법이니까.

아시아 영화에서 주목하는 동향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시아 지역 내에서도 국가별로 제작 여건의 편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또한 해외 공동 제작과 제작 지원이 소재와 설정 측면에서 문화적 특수성이 강한 시나리오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매출, 관객 수 같은 상업적 지표만으로 영화를 평가하고 관련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여러 지역에서 크고 작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더욱 많은 영화가 보다 다채로운 형태로 만들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