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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조 배우

한국계 미국인 할리우드 배우. 영화 <아메리칸 파이>(1999)의 밀프가이 역, <해롤드와 쿠마>(2004)의
해롤드 리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코고나다의 장편 데뷔작 <콜럼버스>(2017)의
진 역으로 출연했으며, 한국에서 큰 흥행 성적을 거둔 미스터리 스릴러 <서치>(2018)에서 실종된 딸을
찾는 한국계 미국인 아버지 역으로 출연하는 등 다양한 작품에서 한국 재미 교포의 삶을 그려냈다.

 

서치

Search, 2018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데이빗은 2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딸 마고를 키운다. 어느 날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던 마고가 연락이 닿지 않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지만 실종이 되었다는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다. 사라진 딸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마고의 SNS를 뒤지던 중 데이빗은 자신이 몰랐던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둘 발견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 코리안 디아스포라>로 한국을 찾는다.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몇 년 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초청한 국빈 만찬에 참석한 적이 있다. 저명한 한국인들과 재미 교포들이 참석한 행사였고, 한국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각자 인생에서 나아가고 있는 방향은 천차만별인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자니 자부심과 호기심, 그리고 존경심이 뒤섞인 기분을 느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영화를 통해 미국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느끼는 배우로서의 보람이나 고충이 있을 것 같다. 한국인 캐릭터에 대한 고정관념과 싸우는 게 즐겁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고정관념이 계속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는 건 지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본에서 이를 바로잡거나 연기를 통해 전형성을 깰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고정관념에 얽매인 역할을 거절하는 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결정이다. 그런 역할이라도 기꺼이 하겠다는 배우에게 넘어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화계에 만연해 있는 문화적 고정관념과 싸우는 건 복잡한 일이다. 때로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변화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광범위하고 집단적인 움직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나는 가능한 고정관념에 얽매인 역할을 통해 내 경력을 치장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콜럼버스

Columbus, 2018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던 재미 교포 진은 유명 건축학자인 자신의 아버지가 인디애나주의 소도시 ‘콜럼버스’에서 강의를 하다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한다. 아버지가 언제 다시 병상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분간 콜럼버스에서 지내게 된다. 어느 날 약물중독자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케이시를 만나게 되고, 공교롭게도 건축학에 관심이 많은 케이시는 콜롬버스의 여러 건축물을 진에게 소개한다. 진과 케이시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작품을 완성하며 마음에 둔 원칙이 있나? 배우로서 일을 시작했을 무렵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백인이 아닌 캐릭터를 인간성 있는 존재나 내면적 삶을 가진 역할로 그리는 게 일반적인 일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주인공의 서술적인 역할 위주였기에 배우로서 내가 맡은 역할에 연결되는 느낌을 받거나 작품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이 가운데 품었던 주요 원칙이라면 다른 이들의 조언보다도 나의 직감을 따른 것이다. 소재와 스토리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좋은 연기를 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민자의 삶을 다루는 서사가 확대되는 경향 역시 영화에 참여하는 제작진의 인종 다양성과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나? 인물의 다양성과 소재의 다양성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다양성이란 게 단순히 매체의 기회를 넓히는 게 아니라 기회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문화주의가 더 흥미로운 이야기와 관점을 이끌어냈고, 무엇보다 영화의 질을 높였다고 본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당신이 계속해서 영화 작업을 하는 이유와 연결되는지도 궁금하다. 그렇다. 그게 나라는 사람이니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어쩌면 선택권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지는 분명하게 의식하고 있다. 이전 세대가 일궈온 성과도 다시금 조명하려 한다. 물론 때로는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이를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내가 이룬 성취는 한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부모님의 인생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들이 이민자로서 위험과 희생을 감수하며 걸어온 길을 생각하며 배우로서 힘든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