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STLE

@whistle_seoul / whistlewhistle.kr

Eimei Kaneyama, ‘Ketos’, Oil on canvas, stainless tacks, wood, wood stain and aluminum, 166×140.5cm, 2023

휘슬은 개관 이래 뉴욕과 홍콩,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박민하, 람한, 배헤윰 등 기량이 뛰어난 국내 작가를 발 빠르게 소개해왔다. 갤러리의 역할에 더해 외부 공간에서 진행하는 기획전 시리즈와 해외 전시를 선보이는 프로젝트 스페이스로도 운영하고 있다.

 

이경민 디렉터

휘슬에 대해 소개해주기 바란다. 동시대 작가들과 함께 미술이 나아갈 방향성을 탐구하고 제안하는 전시 공간이다. ‘휘슬’은 정확한 소리를 내기 위해 한곳에 집중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공간 운영의 취지를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다.

휘슬이 주목하는 작가 혹은 작품의 특징은 무엇인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구축하고 발전시켜나가는 작가들을 주목하고 있다. 작가가 일상, 사물 또는 특정 사건 등을 관조하며 만들어낸 작업물이 현재의 시대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바라본다. 새로운 매체를 활용해 미술의 영역을 확장하는 작가들 또한 눈여겨보고 있다.

갤러리 위치로 이태원 지역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이태원 일대의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국내외 컬렉터 모두에게 접근성이 높을뿐더러 예술 애호가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편하고 쉬운 지역이라 이곳을 선택했다.

갤러리 소개글에서 작가와의 ‘협업’을 강조한 점이 인상 깊었다. 휘슬을 설명할 때 작가와의 협업을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휘슬이 기획하는 외부 전시, 해외 전시와 아트 페어가 모두 협업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프리즈 서울과 아트 바젤 홍콩 등 국제적인 아트 페어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아트 페어는 국제적인 전시 기관이나 기획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자리인 만큼 작가와 갤러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플랫폼이다. 지난 5월 박민하 작가와 함께 유망 작가 한 명을 소개하는 프리즈 뉴욕 ‘포커스’ 섹션에 참여했으며, 앞으로도 국내 신진 작가들의 기량과 역량을 국제 무대에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SHOWER

@shower199sqm

Jaegyun Lim, ‘Restomod: Hay’, Iron, iron powder, wood powder, plaster powder, 220×70×78cm, 202

<Framer>, ©이의록

샤워는 지난 6월 류성실과 정수정, 최태훈을 비롯해 열두 명의 작가와 함께 개관전 <Framer>를 선보였다. 회화, 조각, 혼합 매체까지 다양한 물성과 형태를 띤 작업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신관수 디렉터

샤워는 이름부터 호기심을 유발하는데,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기 바란다.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전시장으로, ‘샤워’라는 이름은 전시 공간을 조성하는 일을 주로 하는 ‘샴푸’에서 파생됐다. 샴푸를 운영하며 다양한 작가들과 협업하면서 새로운 전시 공간의 필요성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들어왔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전시장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면 어떨까 싶어 즉흥적인 마음으로 열게 된 공간이다.

개관을 앞두고 진행한 사전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이 공간을 처음 발견했을 당시 삼면이 온통 구름 모양 벽지로 덮여 있어 마치 하늘 한가운데 있는 듯했다. 이것을 단숨에 지워버리기 아쉽기도 했고, 본격적인 전시 공간으로 전환하기 전 공간의 상태를 점검하고자 세 차례 사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중 <천사>는 김지환 작가와 함께한 2인전으로 공간 전체를 수놓은 구름 속에서 운행하는 일종의 놀이 기구를 만들고자 했다. 사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간 동안 공간이 지닌 여러 조건을 시험해보고 앞으로 선보일 전시에서 이를 어떻게 바꾸어갈지 면밀히 파악하는 시간을 보냈다.

지난 6월에는 개관전 <Framer>를 마무리했다. 프레이머는 건축 분야에서 기초 뼈대를 만드는 작업자를 의미하는데, 샤워의 시작을 기념하며 그간 함께 일해온 작가나 기획자들과 함께 꾸린 전시다. 개관전인 만큼 현대미술 신의 다양한 형식과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들을 섭외했다. 그중에서도 기획을 맡은 작가 조이솝은 오랜 친구인데, 개관전까지 주어진 두 달이라는 시간 안에 전시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전시 기획 단계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작가의 세계관 을 잘 꺼내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나아가 작가와 관람객 간의 상호 작용을 이끌어내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기획자로서 샤워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작가와 긴밀히 협력해 작품의 본질을 잘 표현하고, 관람객에게는 다층적 감상을 유발하는 파급력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향후 샤워라는 공간을 어떻게 꾸려가고 싶나? 통상적 전시 공간의 운영자로서 경험하기 어려운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신선하고 독특한 작업을 소개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나아가 갤러리로서 정체성도 차차 정립해갈 예정이다. 늘 비영리 전시 공간을 대상으로 작업하다 직접 갤러리를 운영하게 되니 작품을 사고파는 컬렉팅의 세계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구매 의지를 가지고 작품을 감상하거나 작품의 히스토리를 면밀히 살피는 컬렉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샤워가 소개하는 작가 중에는 작품 판매 경험이 적은 젊은 작가들이 많은데, 관심을 보이는 컬렉터에게 이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판매 수익을 동력 삼아 작가들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