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끝에 다다른 지금, 여러분의 플레이리스트는 어떤 곡들로 채워져 있나요? 올해에는 타일라(Tyla)와 아이스 스파이스(Ice Spice)같은 여성 아티스트들이 소셜 미디어를 장악했고, 비틀즈(The Beatles)가 45년 만에 완성한 마지막 노래를 발표했으며 실리카겔(Silicagel)은 정규 2집을 선보여 팬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죠. 마리끌레르 에디터가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활약했던 2023년을 되짚어보며 베스트 음악 9곡을 꼽아 추천합니다.

샘파의 ‘Suspended’

샘파(Sampha)가 <Process> 이후 6년 만에 앨범 <Lahai>로 돌아왔습니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서 느낀 가장으로서의 감정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죠. ‘Suspended’는 위태롭게 들리는 피아노 연주와 신디사이저의 빠르게 튀기는 일렉트로닉 리듬이 엿보이는 곡입니다. 샘파는 해당 곡에서 깊숙하게 빠져들었던 사랑과 현실과의 괴리 그리고 여전히 강렬한 감정을 전합니다. 샘파의 애절한 보컬은 곡을 점차 고조시키고 감정의 농도를 더욱 짙게 만들죠.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듯한 샘파의 ‘Suspended’를 감상해보세요!

류이치 사카모토의 ‘Aqua’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근 신작 영화 <괴물>은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화제에 올랐습니다. <괴물>은 두 아역 배우의 담백하면서도 진심 어린 연기, 삼단 구성으로 전달하는 사회적 메세지가 인상적이었으며 특히 故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의 따스한 피아노 연주가 유독 도드라진 작품이었습니다. 2023년에 세상을 떠난 영화 음악계의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가 마지막으로 참여한 영화이기도 하죠. 고요하게 흐르는 피아노의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 속 ‘미나토’와 ‘호시카와’를 가득 내리쬐는 햇볕이 떠오르고, 편협한 사회적 시선이 만든 세상 속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습니다. 

빈지노의 ‘Radio’

국내 힙합 팬들이 가장 앨범을 기다린 아티스트 중 하나인 빈지노가 7월에 정규 2집 <NOWITZKI>로 힙합씬에 돌아왔습니다. 빈지노는 7년간의 공백기 동안 군대, 결혼, BANA 뮤직으로 이적 등 삶의 많은 부분들이 변화했고 이는 앨범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래 합을 맞춰온 프로듀서인 피제이(PEEJAY)나 시미 트와이스(Shimmy Twice)가 아닌 250, DPR CREAM, 슬롬을 비롯한 해외 프로듀서 등과 작업하며 기존의 스타일을 탈피한 사운드를 선보였습니다. 더불어 일부 공개곡에 대해 난해하다는 일부 팬들의 평가에 “그냥 너무나도 다 말 될 거면 뭐 하러 예술을 하나요”라고 대답하며, 앨범은 예술가가 개인적인 스토리를 담은 자기표현식의 작품이라는 의견을 드러냈죠. 노비츠키 앨범에서는 공백기 동안 더 뚜렷해진 빈지노의 음악적 색채와 예술가로서의 태도 그리고 일상적인 소재를 활용한 트랙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에디터의 추천곡은 17번 트랙 ‘Radio’입니다. 타이틀곡인 ‘Radio’는 리드미컬한 멜로디 라인과 피치를 올린 더블링 코러스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고, 벌스 사이마다 배치한 자유로운 추임새가 곡의 전체 분위기를 풍부하게 끌어올리죠. 영원한 청춘의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해당 곡을 즐겨보세요!

뉴진스의 ‘ETA’

해를 거듭할수록 K-Pop 장르의 음악에 대한 세계적인 인기는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데뷔 1년을 넘긴 뉴진스(New Jeans)는 케이팝 장르의 혁신적인 흐름을 가져오며 대한민국 대표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했죠. 뉴진스의 성공적인 행보 뒤에는 민희진 총괄 프로듀서의 디렉팅이 있었고, 음악 스타일에서는 250, 프랭크, 김심야, 빈지노 등 BANA의 색채가 짙은 아티스트들의 서포트가 있었습니다. 뉴진스가 2023년 7월에 발매한 EP <Get Up>의 타이틀곡 ‘ETA’ 역시 250의 프로듀싱과 빈지노의 작사가 돋보이는 댄스곡입니다. 중독성있는 후렴구와 250 스타일의 펑키한 사운드가 머릿속을 자꾸만 맴돌죠. 특히 혜진과 지원을 언급하는 가사는 해당 곡에 듣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또한 ETA는 애플(Apple)과 협업해 아이폰을 활용해 찍은 뮤직비디오와 퍼포먼스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곡입니다. 여러분의 2024년은 어디쯤 와있나요? What’s your ETA?

에이펙스 트윈의 ‘Blackbox Life Recorder 21f’

IDM(Intelligent Dance Music) 장르의 대표 아티스트인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이 5년 만에 Ep <Blackbox Life Recorder 21f / In a Room7 F760>로 돌아왔습니다. ‘Blackbox Life Recorder 21f’는 고요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휘몰아치는 듯한 디지털 사운드와 변칙적으로 바뀌는 리듬감이 엿보이는 곡입니다. 마치 치밀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하나의 기계 조각을 감상하는 듯하죠. 에이펙스 트윈은 리드미컬하고 간결한 비트로 도입부를 시작한 후 점차 다른 질감의 디지털 사운드를 가미해 곡의 형태를 쉬지 않고 변화시킵니다. 곡은 중반부에 다시 앰비언트 뮤직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았다가 다시금 그 형태를 바꿔나가죠. 아직 전자음악 장르가 낯설다면 에이펙스 트윈의 1997년작 <Come to Daddy>의 ‘Film’이나 ‘Girl Boy’를 들어보세요. 지금껏 들어본 음악과는 확연히 다른 결의 음악일 테지만 이는 음악을 바라보는 시야를 무한대로 확장시켜 줄 수 있는 음악이죠.

비틀즈의 ‘Now And Then’

1960년대부터 한 시대를 풍미한 밴드 비틀즈(The Beatles)의 마지막 노래인 ‘Now And Then’이 공개되었습니다. 비틀즈 해체 후 1978년에 존 레논(John Lennon)이 데모 곡으로 만들었던 해당 곡은 데모 테이프 속 존 레논의 보컬과 피아노 연주를 분리할 수 없어 완성이 어려웠던 곡입니다. 하지만 2023년에 AI 기술을 활용해 두 파트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고, 1995년에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이 연주한 기타 파트를 얹은 후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링고 스타(Ringo Starr)의 후녹음으로 완성했습니다. ‘Now And Then’은 첫 스케치부터 45년이 흐른 후 마침내 비틀즈 전 멤버가 모두 참여한 마지막 노래이기에 큰 의미를 가지죠. 사랑하는 이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해당 곡을 듣고 있으면 세상을 떠난 두 거장들에 그리움이 사무치고 전설적인 밴드에 향한 향수가 깊어집니다.

박지윤의 ‘사랑을 사랑하고 싶어’

박지윤은 늘 다른 형태의 사랑을 읊조리며 삶 속의 사랑을 노래합니다. 이별한 연인을 매일 뜨는 ‘해’와 ‘달’처럼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밤하늘을 밝히는 ‘달’처럼 마음을 애타게 만드는 사랑을 기다리죠. 10집으로 돌아온 박지윤의 <숨을 쉰다>는 사랑과 이별을 바라보는 박지윤의 시선이 여실히 담긴 앨범입니다. 타이틀곡 ‘사랑을 사랑하고 싶어’는 이별의 아픔을 겪은 후에도 다시 사랑을 갈망하는 이의 두려움과 소망을 이야기합니다. 사랑을 ‘나의 빛’과 ‘나의 노래’, ‘나의 웃음’ 그리고 ‘나의 내일’에 빗대는 박지윤의 가사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전달하죠. 

실리카겔의 ‘Tik Tak Tok’

밴드씬의 새로운 반향을 가져오며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밴드 실리카겔. 실리카겔이 12월에 정규 2집 <POWER ANDRE 99>를 발매하기 전 선공개 싱글로 선보인 ‘Tik Tak Tok’은 대중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김한주의 거친 질감의 보컬이 초반부의 막을 올리고 매끄러운 황소윤의 보컬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질주하죠. 중반부부터 시작하는 거침없고 파워풀한 기타 연주는 곡의 화룡점정을 찍는 파트입니다. 인트로 역할을 하는 1번 트랙 ‘T’가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트랜지션될 때의 쾌감을 느끼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리스닝 포인트입니다.

트래비스 스콧의 ‘MODERN JAM’

2023년에는 걸출한 힙합 아티스트들의 앨범들이 쏟아졌습니다. 드레이크(Drake)의 <For All The Dogs>, 거너(Gunna)의 <A Gift and a Curse>가 나왔고, 켄 카슨(Ken Carson)과 웨스트사이드 건(Westside Gunn)의 앨범이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정규 4집 <UTOPIA>로 돌아온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은 강렬한 사운드의 ‘MODERN JAM’에서 화려한 복귀를 알렸습니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공격적인 전자음으로 뒤덮인 ‘I Am A God’을 샘플링해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강조한 해당 곡을 만들었죠. 더불어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기마누엘 드 오멩크리스토가 편곡에 참여하고, 2023 핫 루키 중 하나인 티조 터치다운(Teezo Touchdown)이 피처링해 곡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정신없이 몸을 흔들게 만드는 ‘MODERN JAM’을 다 들었다면, SZA의 성스러운 분위기의 보컬이 도드라지는 ‘TELEKINESIS’를 들어볼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