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벌어진 2023년 10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현실

2023년 10월 8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린 하늘만 뚫린 거대한 감옥에 갇혀 삽니다.” 현지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다. 10월 8일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엄청난 유혈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곳 무장 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적으로 공격하고 뒤이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벌써 1만 명 넘는 희생자가 생겨났다. 분쟁의 터널은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가자 지구는 지중해변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고구마처럼 생긴 좁은 지역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무려 2백만 명으로 인구밀도가 아주 높다. 나는 유혈 분쟁이 터질 때마다 여러 차례 그곳에 다녀왔다. 갈 때마다 그곳의 가난과 절망을 보면서 숨이 막힐 만큼 답답했다. 8m 높이의 장벽으로 둘러싼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말미암아 가자 지구 사람들에겐 여행의 자유가 없다. 지중해로도 못 나간다. 이스라엘 해군 경비정들이 지켜보기 때문이다. 이번 유혈 분쟁을 둘러싼 책임을 따지기 앞서 가자 지구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많은 집이 폭격으로 무너지고, 의약품은 물론 마실 물과 식량도 떨어져간다고 한다. 고통받는 현지인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를 생각하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김재명(국제분쟁 전문 기자)

지나버린 순간을 애도하며

2023년 10월 12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무기징역 

지난 해 일어났던 신당역 스토킹 사건으로 많은 이들이 분노했고, 올해 10월 12일 대법원은 범인에 대해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누구나 한 번쯤 이용했을 지하철 역사 화장실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이었고, 막을 수 있는 피해였다는 점에서 안타까움과 분노가 일었다. 범인은 직위 해제 이후에도 피해자의 근무지와 일정, 집 주소까지 알아냈고, 서울교통공사는 노동조합의 오랜 요구에도 2인 1조 순찰 근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성폭력 범죄인 동시에 산업재해인 것이다.

이제 가해자는 엄벌을 받게 되었지만, 세상을 떠난 피해자는 이 소식을 알 길이 없다. 애초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다. 그나마 위안을 삼아본다면 이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운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입법되어 올해 7월 18일부터 시행되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의 죽음에 분명한 빚을 졌다는 것이다. 김명희(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

빈대는 왜 다시 돌아왔을까?

2023년 10월 13일, 빈대의 귀환

지난여름, 프랑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파리 곳곳에 빈대가 출현해 골머리를 앓는다는 외신에 참 별일이다 싶었다. 그런데 10월 13일 인천의 한 사우나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오며 우리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그 뒤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빈대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1980년대에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빈대가 돌아온 것이다. 게다가 기존 살충제에는 내성이 있어 퇴치하기도 만만치 않다.

빈대뿐 아니라 과거의 질병으로 여겨진 성병인 매독과 임질도 최근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매독 환자가 2021년 7천9백78명에서 올해 1만7천여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선천성 매독(임신부에게서 태아에게 옮는 질병)을 가진 신생아가 10년 만에 11배 넘게 늘었다. 우리나라 또한 내년부터 매독을 4급 법정감염병에서 3급으로 올려 전수 감시체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임질 역시 매년 세계에서 1억 명 가까이 감염될 정도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10여 년 전 등장한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슈퍼 임질’도 한몫했다. 매독보다는 덜 위험한 성병이지만 방치하면 불임과 자궁외임신을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슈퍼 임질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항생제가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성공해 희망을 주고 있다. 20세기를 지나며 보건 위생 개선, 살충제와 항생제 등 약물 개발로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의 비율이 줄어들고 그 대신 암이나 심혈관 질환 같은 비전염성 질환 사망자가 늘어났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추세가 뒤바뀌어 전염병 사망자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사망 원인 3위에 코로나19가, 4위에 폐렴이 올랐다. 이처럼 21세기 들어 후진국형 질병이 급증한 배경은 약물 남용으로 내성을 가진 기생충과 병원체가 등장했고, 이와 함께 급격한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가 벌어졌다는 데 있다. 여기에 흥미 위주의 부정확한 정보가 넘치면서 오히려 사람들의 과학 상식 수준이 낮아져 개인위생을 소홀히 하는 풍조도 거들고 있다. 보건 당국의 노력 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자면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선택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일지도 모른다. 강석기(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