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과 무한 스크롤 시대를 맞이한 2023년 10월 이슈

 

우리의 극장이 살아가기를 

2023년 10월 19일,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팬데믹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이 많이 줄었고, 이는 연이은 극장 폐관으로 이어졌다. 2020년에만 17곳이 문을 닫았고, 이후에도 폐관 소식이 이어졌지만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원주의 한 극장이 철거된다는 소식에는 지역민은 물론 영화인들도 철거를 반대하고 보존을 주장했으며, 전국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원주에 있는 ‘아카데미극장’ 이야기다.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1963년 개관한, 스크린이 하나뿐인 단관 극장이다. 멀티플렉스가 들어서며 2006년 영업을 중단했지만 요행히 건물은 남았다. 2016년부터 극장을 보존하자는 시민운동이 전개되면서 시민들이 극장주를 설득하는 한편 직접 먼지 덮인 극장을 청소해 시민들 품으로 돌려놨다. 아카데미극장에 대해 알게 된 영화인들은 원형을 유지한 소중한 단관 극장이라며 보존의 필요성에 동의했고, 건축가들도 보존 가치가 높은 근대 건축물이라고 평가했다. 원주시는 2022년 1월 보존을 전제로 극장을 매입했다. 이렇게 순조롭게 복원이 진행되는 듯했지만,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새로 당선된 시장은 일방적으로 극장 철거를 발표했고, 시민과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 10월 19일 극장은 철거를 시작했다. 8년간의 아카데미극장 보존 운동은 안타깝게 실패했지만 지역의 단관 극장이 중요한 문화유산이자 근대 건축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냈다. 극장이 단순히 영화를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공동체가 서로 경험을 공유하는 사회적 공간임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얼마 전 대전에 새로 개관한 예술영화관 ‘소소아트시네마’의 사례를 보면, 원주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극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소소아트시네마는 조합원 34명으로 이루어진 소소필름협동조합과 79명의 후원자가 함께 설립한 영화관으로,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동체 극장’의 형태라는 점에서 멀티플렉스의 대안이자 극장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는다. 아카데미극장 보존 운동은 극장을 중심으로 지역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겠다는 마음을 모아 전개한 이 운동의 경험이 새로운 지역 문화 공간의 창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원승환(인디스페이스 관장)

 

알고리즘과
무한 스크롤의 시대

2023년 10월 24일, 메타(META) 집단 소송

 

급기야 ‘집중력’이 피해자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10월 24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기업 메타(Meta)가 미국 41개 주 정부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메타가 플랫폼을 과도하게 중독적으로 설계해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우리를 낯설지만 늘 자극적인 곳으로 데려다 놓는 알고리즘,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 알림 설정, 쳇바퀴 도는 실험 쥐처럼 내내 피드를 돌리게 만드는 무한 스크롤 등의 기능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니까 이건 집중력도 일종의 공중 보건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대대적인 목소리다.

올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리뷰는 대체로 생산력을 위한 집중력, 시험공부나 업무 수행을 위한 개인의 능력 위주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힘주어 강조했던 ‘공적 집중력’은 덜 언급된다. 이를 테면 기후 위기와 같이 시민들이 긴 숙의 과정을 거쳐야 조금씩 개선되는 복잡하고 거대한 문제들을 위한 역량 말이다. 또 이 책을 둘러싼 열기는 아무래도 제목이 큰 몫을 하는 듯한데, 마치 우리의 집중력은 원래 온전했고 다시 되찾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집중력이 단지 사적인 역량 차원에 한정된다면, 그것을 되찾는 일은 요원할 것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집단적으로 ADHD를 앓게 되었는지, 약물을 삼키거나 생산성 툴을 사용하는 것 이상의 차원으로 초점을 돌릴 때다. 도우리(작가 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