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음악과
세상의 뜨거운 이별
2023년 11월 16일, 온스테이지 서비스 종료
온스테이지가 13년 만에 막을 내린다. 온스테이지는 네이버문화재단에서 2010년 11월부터 운영해온 공연 영상 플랫폼으로 ‘숨은 음악, 세상과 만나다’라는 슬로건 아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뮤지션을 발굴해왔다. 운영 시작 당시 뮤지션의 공연 영상은 대부분 콘서트 영상, 그것도 방송에서 송출한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콘서트에서 실황을 녹화할 만큼 자본력이 없거나 방송에 출연할 만큼 인지도가 높지 않은 뮤지션은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연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온스테이지는 방송을 뛰어넘는 영상 연출과 음향 퀄리티로 홍대 신의 라이브 클럽에 국한되어 있던 뮤지션의 공연을 영상으로 담아 콘텐츠로 제공했고, 소위 인디 신에서 입소문이 돌던 뮤지션이 보다 넓은 층위의 대중과 만나도록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후 양질의 라이브 영상 콘텐츠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온스테이지는 여전히 수많은 뮤지션에게 꿈의 무대였다. 돈이나 인맥으로 살 수 없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온스테이지는 선정 위원이라는 제도를 활용해 3년을 임기로 5명의 음악 전문가가 매달 여는 정기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동의한 뮤지션만을 선정했다. 이렇게 만든 온스테이지 영상은 그간 참여한 6백50여 팀의 명함이 되었다.
온스테이지의 종료를 앞두고, 네이버문화재단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조금 깊게 들여다보면 한국 음악계와 공연계에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징후가 온스테이지의 종료와 얽혀 있다. 공연을 통한 성장 서사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음악 시장, 공연보다는 틱톡으로 자신을 알리는 데 능한 새로운 뮤지션의 등장 등 전통적인 음악 산업이 무너지고 음악이 콘텐츠 산업의 일부로 편입되면서 시장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이 눈에 선명히 보인다. 음악계 뉴미디어의 대표 주자였던 온스테이지의 종료는 이러한 음악 시장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수정(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
최선의 선택
최후의 출판
2023년 11월 22일, 세계문학 전집 ‘노벨라 33’ 발행
출판 산업이 늘 어렵다 말하지만 출판사가 문을 닫는 경우는 드물다. 확보한 출판권과 이를 바탕으로 만든 도서 재고가 있으니 특정 시점에 모든 걸 정리하는 일이 간단치 않아 대개는 출판사 자체가 매물로 나오고 적절한 인수자를 찾게 된다. 그런데 올해 마지막 책을 펴내며 문을 닫겠다고 선언한 출판사가 있다. 예술 분야 도서를 꾸준히 펴낸 다빈치 출판사는 중편소설 세계문학 선집 ‘노벨라 33’을 11월 22일에 발행하는 것을 출판사의 마지막 작업으로 선택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단편과 장편의 경계에서 주목받지 못한 중편소설을 골랐다는 점, 대단한 지점은 지금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활판인쇄 방식으로 제작했다는 사실이다.
활판인쇄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랜 시간 활용한 인쇄 방식이다. 활자가 볼록하게 새겨진 인쇄판을 페이지마다 만들고 종이 위에 직접 눌러서 찍으니, 인쇄물을 만지면 손에 오톨도톨한 촉감이 느껴지고 그만큼 활자가 눈에 생생하게 박힌다. 종이가 아니고서는 구현하지 못할 감각이고, 활판인쇄가 아니고서는 만날 수 없는 경험이다. 당연히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상업 출판에서는 자취를 감춘 방식이니 1백 년 이상 된 기계를 구해 구동하는 일부터 큰 도전이었고, 활판을 만들고 인쇄기를 돌릴 장인을 섭외해 전체 6백만 쪽에 이르는 분량을 작업하는 일은 그야말로 무모한 시도였다. 사라진 방식으로 작업한 마지막 책이니 아쉬울 만도 하건만, 해당 출판사는 한 줌의 미련도 없다는 듯 사용한 활판을 모두 해체해 도서 구매자에게 전하며 다시 찍을 가능성마저 막아버렸다. 그야말로 모든 걸 쏟아붓고 불태운 이 시대 ‘출판의 끝’이라 할 수 있겠다. 박태근(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