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책 문화
2023년 5월 18일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기자회견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문화 정책을 논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그간 지원한다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간섭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이 말이 떠오를 때는 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간섭하는 경우이니, 문화를 일구는 주체와 문화 정책을 펼치는 행정이 어긋나고 갈등하는 시기라 하겠다. 올해 한국 출판계는 이 어둡고 착잡한 시절을 지나왔다. 정부의 규제 완화 주요 정책으로 언급되던 도서정가제는 지난 7월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으로 일단락되며 ‘출판 산업과 독서 문화가 상호작용해 선순환하는 출판 문화 산업 생태계를보호·조성하려는’ 법의 목적과 의미가 다시금 확인되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다수의 출판사가 자리를 잡아 ‘출판 특구’로 불린 마포구에서는 “지원하는데 왜 간섭할 수 없냐”라는 행정 당국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마포구청장은 지역공동체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온 ‘작은 도서관’이 적자라는 이유로 공부방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도서관 예산 삭감안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관내 도서관장을 파면 징계했다. 또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작은 출판사와 출판 생태계의 다양한 작업자를 지원하는 공간’으로 근래 출판계에서 가장 새롭고 필요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이하 플랫폼 P)의 용도와 입주 조건 등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다 논란을 빚었고, 결국 5월 18일 플랫폼P 입주사 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도 상호 이해와 동의는 필수일 터, 논의와 대책 없는 일방향 문화 정책은
폐기해야 마땅하다. 박태근(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우주적 도전
2023년 5월 25일 나로호 3차 발사 성공
“오, 사, 삼, 이, 엔진 점화(1), 이륙(0), 누리호가 발사되었습니다.” 차분한 목소리의 다소 어색한 카운트다운과 함께 우리 기술로 개발한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2021년 1차 발사는 3단 엔진이 계획보다 46초 앞서 연소를 마치는 바람에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2022년 2차 발사는 위성모사체와 성능검증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고, 이번 2023년 3차 발사에서 실용위성 8개를 궤도에 안착시켰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1톤 이상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하는 나라가 됐고, 마음만 먹으면 유인우주선 발사도 가능하게 되었다. 앞으로 세 차례 더 나로호를 발사해 여러 위성을 올리면서 발사체 기술을 개선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성능이 나로호의 3배인, 달과 화성을 탐사할 우주선을 올릴 수 있는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해 2030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5일 달 탐사를 시작했다. 비록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블록5 로켓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지만, 달 궤도선 다누리는 1백45일의 항행 끝에 달 궤도에 진입한 후 고도 1백 km에서 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 달 탐사국이 됐다. 앞서 차세대 발사체 계획이 성공한다면 2030년대에는 우리나라의 발사체에 달 착륙선을 실어 보내고, 2040년대에는 화성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우주개발이 시작되고 반세기 동안은 미국과 러시아(구소련)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가 뛰어들면서 각각 2013년과 지난 8월 달 착륙에 성공했고, 뒤이어 일본이 지난 9월 달 착륙선을 발사했으며 내년 초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G7이 7개 세계 경제 대국의 모임이듯 우주 강국을 상징하는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를 M으로 나타내면 현재 M4이고, 조만간 M5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도 10년 안에 M6 또는 M7으로 늘리며 회원국이 되길 강력히 희망한다. 강석기(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