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앞둔 에디터에게 취향껏 고른 커피 한 잔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마리끌레르 피처 에디터 5인의 오감을 또렷하게 깨워줄 새해 첫 마감을 위한 커피.

헬카페 콜드브루 강배전

일어날 시간을 정하지 않은 채 산미와 꽃향기가 넘실거리는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는 일상의 호사를 누리다 보면 불현듯 마감이다. 향과 풍미가 겹겹이 쌓인 세밀한 레이어 같은 게 조금도 중요해지지 않는 때가 끝내 오고야 마는 것이다. 몽롱한 정신과 어디서고 누울 수 있을 것만 같은 해이한 마음을 단디 잡아줄 강배전의 진하고 쓴 맛, 원두 본연의 강렬하고 묵직한 한 컵. 세상 모든 마가머들과 나누고 싶은 마감 보약이다. 보광동이나 이촌동까지 가지 않고도 마켓컬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 디렉터 유선애

버치 커피 버치 블렌드

핸드 드립이나 모카 포트, 에스프레소 머신 등 어떤 방식으로 내리든 고유의 풍미를 잃지 않는 커피다. 브라질, 과테말라, 콜롬비아 원두가 적절히 배합되어 첫맛은 가벼운 산미가 느껴지고, 이후엔 묵직한 초콜릿과 너트 향이 남는다. 가장 좋은 점은 물리지 않는다는 것. 마감의 변곡, 풍파와는 다르게 늘 한결같은 맛과 향을 내어주는 이 커피로부터 위안을 받을 때가 꽤나 많다. 핸드 드립으로 내려 마시는 걸 가장 좋아하지만, 오트 밀크와도 조합이 썩 좋다. 시니어 에디터 강예솔

모모스커피 RTD 콜드브루 에스 쇼콜라

내린 직후에 먹는 드립 커피를 무척 좋아하지만, 장비도 여유도 챙길 겨를이 없는 마감 기간에는 콜드브루를 자주 찾게 된다. 상온의 물을 천천히 원두에 적시며 오랜 시간 우려내는 만큼 시간이 지나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풍미가 그 매력. 새해에도 어김없이 돌아온 첫 마감의 커피로는 부산 모모스커피의 콜드브루를 택했다. 모모스의 시그니처 블렌딩인 에스 쇼콜라는 강배전이지만 특유의 탄 맛은 적고 초콜릿의 달콤함과 고소한 견과류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시원한 캔 상태로 바로 즐기거나, 좋아하는 잔에 얼음이나 우유를 더해 가볍게 즐길 수도 있다. 에디터 안유진

파스텔커피웍스 센데로 드립백

마감이 산뜻하기란 어려우니 새해 첫 마감을 위한 커피만은 가벼운 것으로 택하고 싶다. 사실 마감 기간의 출근길에는 졸음을 쫓기 위해 그란데 사이즈 아메리카노에 샷 추가까지 해 벌컥벌컥 마셔 온몸에 카페인을 공급해주어야 하지만… 점심을 먹고 난 뒤 마음에 환기가 필요할 때면 파스텔커피웍스의 센데로 드립백이 제격이다. 마치 레몬 같은 경쾌한 산미와 무겁지 않은 단맛을 지닌, 코끝에 머무는 과일 향으로 기분을 말갛게 만들어주는 커피. 침잠하는 몸과 마음에 풍선을 달아 가벼이 떠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느낌이랄까. 나의 작고 소중한 마감 메이트에게 앞으로도 모쪼록 잘 부탁한다고 말해본다. 에디터 임수아

보난자커피 보난자 블렌드

지난해 연말, 정신없이 흘러가는 서울의 날들을 뒤로한 채 베를린으로 향했다. 휴가의 시작을 알린 건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들어선 보난자커피에서 맛본 따뜻한 아메리카노. 콜롬비아와 브라질 원두를 활용한 ‘보난자 블렌드’로 만든 커피를 한 모금 머금은 순간, 초콜릿의 쌉싸름한 맛과 다크 체리의 농후한 맛이 입 안에서 그윽하게 어우러졌다.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느껴지는 가벼운 산미는 내가 매일같이 마시던 고소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사뭇 다른 풍미를 전했다. 여행을 마친 뒤 맞이한 올해 첫 마감을 위해 서울에 입점한 보난자커피를 찾아가 원두를 샀다. 공정 무역을 지향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의 원두이기에 더더욱 앞으로 자주 마시게 될 듯하다. 에디터 김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