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기에 앞서 지난 4월, ‘2026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공모 결과가 발표됐다. 그중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부문에 선정된 10권 가운데 세 권의 책을 만든 여성 디자이너 세 명을 만났다.

책을 통해 아름다움을 만들어간다는 일. 오랜 시간 디자이너로 일하며 각자가 세워온 기준과 감각, 그리고 그 믿음 끝에 완성된 책에 대해 물었다. 책과의 첫 만남부터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 불리기까지, 그 치열하고도 아름다웠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

인터뷰에 소개된 ‘2026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선정작들은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오혜진 <이우학교 건축>

오혜진, 그래픽 디자이너(@ohezin)

시각 언어를 매개 삼아 주변을 관찰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최근에는 그래픽 디자인을 통한 읽기, 쓰기, 말하기에 관해 생각하고 있다. <POST/NO/BILLS #5: BHLNTTTX>, <젊은 모색 2023> 등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올해 수상작을 통해 두 번째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되었다.

독자들이 순서대로 혹은 마음대로, 두 가지 읽기 방식을 오가며 이 책을 경험하면 어떨까 상상했죠.

<이우학교 건축>은 어떤 책인가요?

김승회 건축가가 설계한 이우학교의 20년을 기록한 책이에요. 처음 김승회 건축가와 함께 이우학교 답사를 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학교 곳곳에 있던 빨간 철골 기둥이었어요. 빨간색이 이우학교의 정신이 깃든 핵심적인 색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빨갛고 얇은 기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학교의 풍경을 책 본문을 감싸는 빨간 선이라는 형태로 반영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크기에 압도되었어요. 이처럼 큰 판형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이 책에는 이우학교가 만들어지기까지의 20년의 과정이 담겨 있어요. 도면, 사진, 드로잉, 문서처럼 다양한 성격의 자료가 시간 순서대로 놓여있죠. 그중에서도 도면은 이 책에서 아주 중요한 자료였기 때문에, 작은 디테일까지 잘 보이는 것이 중요했어요. 이를 위해서 큰 판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출판사와도 처음부터 생각이 같았고요. 책에서 도면이 실제 크기에 가깝게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250×360mm(B4에 가까운 크기)라는 큰 판형으로 기획하게 되었어요. 제작비를 고려해 종이나 인쇄 색상 수를 조절하더라도, 이 크기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싶었습니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이런 디자인을 떠올렸는지 궁금해요.

저는 보통 작업을 하다 보면 생각이 계속 바뀌는 편이에요. 쌓이고 꼬이고 널브러진 아이디어를 수습하느라 고생할 때도 많고요.(웃음) 그런데 이번 작업은 드물게도 ‘큰 판형의 빨간 책’이라는 생각이 처음부터 변하지 않고 끝까지 이어졌어요.

글과 이미지의 배치 또한 건축적으로 느껴집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읽어주었으면 하나요?

책은 기본적으로 앞에서 뒤로 읽는 매체지만, 글과 이미지를 배치한 흐름에 따라 여러 방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흐름이 함께 놓이는 구조로 짜여 있어요. 하나는 김승회 건축가의 에세이를 중심으로, 이우학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는 흐름이에요. 또 하나는 이우학교 건축과 관련된 인물이나 이미지들이 부록처럼, 혹은 곁가지처럼 에세이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흐름이에요. 첫 번째 흐름은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지만, 두 번째 흐름은 순서와 상관없이 독자의 마음대로 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독자들이 두 가지 읽기 방식을 오가며 이 책을 경험하면 어떨까 상상했죠. 물론 감상은 언제나 독자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어떠한 방식도 좋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이우학교 건축>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불리게 되었어요. 책을 만드는 시간 동안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도 했나요?

아름다움은 흔히 말하는 ‘예쁘게 꾸민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추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름다울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름다움을 논리적이거나 시각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봐요. 오히려 감정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결국 어떤 대상이 우리 안에 감정을 일으킬 때, 그것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