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기에 앞서 지난 4월, ‘2026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공모 결과가 발표됐다. 그중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부문에 선정된 10권 가운데 세 권의 책을 만든 여성 디자이너 세 명을 만났다.

책을 통해 아름다움을 만들어간다는 일. 오랜 시간 디자이너로 일하며 각자가 세워온 기준과 감각, 그리고 그 믿음 끝에 완성된 책에 대해 물었다. 책과의 첫 만남부터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 불리기까지, 그 치열하고도 아름다웠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

인터뷰에 소개된 ‘2026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선정작들은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이름 <유리눈동자>

이름, 그래픽 디자이너(@reumleee)

디자인과 큐레토리얼의 경계에서 새로운 형식을 제안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디자인 스튜디오 겸 다국어 출판사 ‘프랙션(Fraction)’과 서울 연희동의 전시장 ‘팩션(Faction)’을 공동 운영하며, 지면과 공간을 오가는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유일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으며, <Ashes>와 <유리눈동자>로 두 차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수상했다.

책의 내용과 디자인이 하나가 될 때, 그 안에서 아름다움이 보이는 것 같아요.

<유리눈동자>는 어떤 계기로 작업하게 된 책인가요?

이 책은 이청 작가가 여러 도시에서 포착한 풍경과 시선을 담은 사진책이에요. 이청 작가와는 코딩 워크숍에서 처음 만났어요. 당시 저는 출판사에서 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고, 작가는 사진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상태였죠. “같이 책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나눴지만 바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2년쯤 뒤 다시 연락을 주셨고, 사진이 다 준비됐으니 진짜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사진을 보니 한 장소에서 찍힌 사진은 아니었지만, 서로 다른 도시의 풍경을 책 안에서 하나의 도시처럼 엮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들을 한 권의 책으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선택을 두고 고민했을 것 같은데요. 지금의 형태를 갖추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작가와 7~8개월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책의 형태는 계속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지금처럼 사진을 전면이 아닌 보다 작은 크기로 배치했었어요. 그런데 작업을 진행할수록 사진이 주는 인상을 더 크게 전달하려면 페이지를 여백 없이 가득 채우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책의 크기도 여러 차례 고민했어요. 처음에는 훨씬 큰 판형을 생각했지만, 너무 커지면 책이 흐물거리는 느낌이 들 수 있겠더라고요. 이 책에 비둘기 사진이 많이 등장하고, 처음 제목도 “비둘기 사냥”이었다는 점에서 책 자체를 비둘기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보면 어떨지 이야기하며 최종 크기를 잡아갔어요. 마지막 단계에서는 사진들이 유리처럼 텅 빈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의 풍경으로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 일부 페이지에 금색 레이어를 더했습니다.

작업을 이어가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이 있었다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사진이 말하고자 하는 분위기에 충실한 책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려면 금색 레이어를 더 많이 사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책의 목적은 단순히 예쁘게 보이는 것이 아니었기에 과하게 쓰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에만 사용하려고 했어요. 이렇게 사진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도시의 풍경과 감각을 책 안에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했습니다. 사진의 순서와 페이지 구성 역시 그 기준 안에서 조율해갔고요.

서로 다른 도시의 사진을 한데 엮은 이 책이 독자의 시선에 어떤 변화를 남기길 기대했나요?

도시에서 살아가는 독자가 익숙한 거리와 장면을 조금 낯설게 다시 바라보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청 작가는 사진 작업을 이어오면서 언론계에서 사진 기자로 일하기도 했고, 기록이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사진도 많이 찍어왔어요. 그런 시선이 일상과 도시라는 공간에 닿았을 때,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청 작가와 함께 많은 선택을 거쳐 완성한 <유리눈동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불리게 되었어요. 책을 만드는 동안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도 했나요?

저는 책을 만들 때 아름다움이란 단순히 눈길을 끄는 이미지에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전하고 싶은 생각과 그것을 보여주는 시각적 방식이 얼마나 잘 맞물리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두 가지가 잘 맞았을 때 내용과 디자인이 하나가 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이 보이는 것 같아요. 또한 저는 작업에 참여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지 힘들었던 작업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만들어서 뜻깊었고, 다음에 또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남는 것. 그렇게 우리가 연결되는 감정이 아름다움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