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을 맞이한 EBS 스페이스 공감이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을 발표했습니다.

스페이스 공감이 뽑은 한국 대중음악 명반은?

EBS <스페이스 공감>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을 발표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음악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페이스 공감>은 2004년 4월 3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20년간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과 그들의 앨범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해왔죠. 2024년 4월 1일 <스페이스 공감>은 역동적이었던 2000년대의 한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되짚어보며, 발라드, 팝, 록, 재즈, 포크, 케이팝,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명반 100을 발표했습니다. 발표된 명반 100은 대중음악 전문가 11인이 2004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국내에서 발매된 앨범 및 EP를 대상으로 엄격히 선별한 앨범들이죠. 특히 선정위원들은 상업성이나 대중성에 치우치지 않고 오직 음악성만을 기준으로 앨범을 선정해 해당 명반들에 대한 설득력과 신뢰감을 높였습니다.

©EBS 스페이스 공감

명반으로 선정된 리스트에는 2004년 모던 록 장르의 최정점을 찍은 마이 앤트 메리의 <Just Pop>,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했던 힙합 트리오 에픽하이가 2007년에 무거운 주제로 내놓았던 <Remapping The Human Soul> 그리고 2011년에 드림팝 장르의 몽환적인 사운드를 선보였던 모임 별의 <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 등 다채로운 앨범들이 자리잡았죠. 이외에도 이소라, 방백, 우효, 키라라, 이날치 등의 앨범들을 재조명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스페이스 공감>의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의 전체 목록은 현재 <스페이스 공감>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앨범들의 스토리를 담은 20편의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2024년 6월 26일부터 방송될 예정입니다. 마리끌레르 에디터가 <스페이스 공감>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에 뽑힌 앨범 5개와 선정위원들의 앨범 코멘트, 추천곡을 소개합니다.


이소라, <눈썹달> 중 ‘바람이 분다’(2004)

사랑을 잃고 이소라는 쓴다. 그저 개인의 경험일 수 있는 이야기가 이소라라는 치열한 예술가를 통해 가장 보편적이며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노래가 됐다. 비록 이소라는 단 하나의 곡도 만들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작곡가들을 찾고 그 곡들을 조화시키며 앨범에 일관성을 부여했다. 여기에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같은 아름다운 이별의 문장을 쓰고 직접 노래했다. 프로듀서 이소라와 작사가 이소라, 그리고 보컬리스트 이소라가 함께 만든 위대한 팝 음악이다.

-선정위원 박정용(벨로주 대표)


나얼, <Principle Of My Soul> 중 ‘You & Me’(2012)

“한국인의 정서에는 흑인 음악이 맞지 않아요” 어릴 적 듣던 밤 프로그램의 라디오 디제이가 한 말이다. 이제 이런 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케이팝 아이돌 음악에도 흑인 음악의 요소가 알게 모르게 깔려 있는 세상이지만, 정식으로 소울 가수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드물다. 모타운과 필라델피아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 찬 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이런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온다. “아… 정말 소울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선정위원 윤준호(음악가)


f(x), <’Pink Tape’ f(x) The 2nd Album> 중 ‘첫 사랑니’(2013)

2022년, 대중음악계 넘어 문화계의 신드롬이었던 NewJeans의 등장 10여 년 전에 f(x)와 이 앨범이 있었다. [‘Pink Tape’ f(x) The 2nd Album]은 앞서 음악성이나 작품성과 거리가 먼, 많은 이들이 그저 보편적이고 단편적인 취향의 영역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돌 음악에, 훨씬 더 복합적인 스타일과 의미를 발견하게 한 작품이다. NewJeans를 탄생하게 한 민희진이 당시 콘셉트 디렉팅의 총괄을 맡아, 걸그룹의 ‘걸’이 그저 일차원적으로 대상화한 ‘소녀’의 전형에 갇히지 않음을, ‘아이돌 음악’이 맹목적으로 우상화된 ‘상품’이 아님을 흥미롭고도 마냥 난해하지 않은 매력으로 전달했다.

-선정위원 정병욱(대중음악 평론가)


마이앤트메리, <Just Pop> 중 ‘공항 가는 길’(2004)

앨범의 제목만으로 설명은 끝난다. 애틋한 첫 곡 ‘공항 가는 길’부터 감성적인 마지막 곡 ‘Fairy Tale’까지, 열두 곡의 수록곡은 시종일관 팝을 지향한다.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고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는 시대를 타지 않는다. [Just Pop]이 이를 증명한다. 20년 전 앨범이지만, 지금의 음악과 비교해도 크게 낡은 흔적이 없다. 심지어 앨범 커버마저 세련됐다. 세월이 흘러도 언제까지나 산뜻하게 남을 모던 록 시대의 기념비적인 작품.

-선정위원 정민재(대중음악 평론가)


가리온, <Garion> 중 ‘옛이야기’(2004)

가리온 1집의 각 트랙마다엔 비트가 만들어진 날짜가 적혀 있다. 멀게는 1998년에 만들어진 것도 있다. 25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비트의 깊이와 여운은 조금도 바래지 않았다. MC 메타의 표현처럼 “거르고 거른 순금의 비트” 그 자체였다. JU가 창조해 낸 이 깊고 중독적인 비트 위에서 MC 메타와 나찰은 힙합과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태도를 담아 한국어로 랩을 한다. 단순히 ‘한국적’이라는 표현만으론 부족한, 영적이며 때로는 귀기(鬼氣) 어린 듯한 무드는 [Garion]을 가장 독창적인 힙합 앨범으로 만들었다.

-선정위원 김학선(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