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미니멀리스트예요. 블랙 앤 화이트야말로 우아하고 현대적인 색의 표상이죠.” 1990년대 캘빈클라인의 뮤즈 캐럴린 베셋 케네디의 말이다. 화려한 색과 프린트, 디테일을 쏙 뺀 채 오직 완벽한 재단으로 승부수를 띄운 미니멀리즘은 질샌더, 캘빈클라인에서 세린느, 스텔라 맥카트니를 거쳐 빅토리아 베컴, 더로우까지 실력파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치며 꾸준히 진화되고 있다.

이 덕분에 미니멀리즘의 위력은 당분간 건재할 것 같다. 특히, 올가을엔 롱 앤 린 라인의 마법에 로맨틱한 여성성을 가미한 룩이 속속 눈에 띈다. 셀린느는 간결한 실루엣 특유의 도회적인 이미지를 탈피해 여인의 완숙미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몸을 타고 유연하게 흐르는 니트 원피스와 슬립 드레스가 대표적. 피비 필로의 진가는 똑떨어지는 핏의 모노톤 점프수트를 세련되게 연출한 데서 또 한번 빛을 발했다. 블랙 앤 화이트 컬러를 앞세워 수녀복을 연상시킬 만큼 절제된 라인의 드레스 퍼레이드를 선보인 발렌티노, 비대칭 실루엣을 미니멀리스트 특유의 감각으로 승화시킨 스텔라 매카트니, 노출 하나 없이 에로틱한 감성을 드러내고자 한 르메르 역시 새로운 감성의 미니멀리즘을 표현하기 여념이 없었다.

 

문제는 미니멀 룩이 충분히 매력적인 건 알지만, 동양인의 신체 조건상 ‘시크’하게 소화하기 힘들다는 것. 다른 요소를 추가해 시선을 분산할 수 없다면, DKNY 쇼에서 보여준 것처럼 심플한 니트 원피스에 다른 색 플리츠스커트를 겹쳐 입거나 벨트로 허리 라인을 한번 잡아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길게 늘어지는 드롭 이어링이나 가느다란 메탈 체인 목걸이 등 주얼리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다. 모노톤의 롱 앤 린 실루엣 코트는 다채롭게 스타일링하기 좋으니 참고하길. 결론은? 미니멀리즘은 언제나 진리라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