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코첼라 밸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팜스프링스의 공간을 배경으로 루이 비통의 2016 크루즈 컬렉션이 공개됐다. 작열하던 태양이 수그러드는 시간인 오후 6시 15분, 팜스프링스의 상징적인 건축물 밥 앤 돌로레스 호프 앤 에스테이트(Bob and Dolores Hope and Estate)에서 선보인 크루즈 컬렉션은 그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모델 리안 반 롬파이(Rianne van Rompaey)가 쓰고 있던 헤드폰을 내려놓고 무대 위로 성큼성큼 등장하자, 사카모토 류이치의 ‘Rain’이 웅장하게 울려 퍼지며 런웨이를 극적인 분위기로 물들인 것. 팜스프링스의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공기,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이 부드럽게 포개진 무대 위로 펼쳐진 쇼는 그 자체로 진중한 힘을 지닌,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운 룩으로 풍성하게 채워졌다.
그리고 지난달 이 특별한 컬렉션을 직접 볼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이 타이베이에서 공개됐다. “광란의 도시에서 벗어나 팜스프링스에서 평화로운 휴식을 즐기는 할리우드 여배우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디자이너가 전하듯 휴양지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담긴 크루즈 컬렉션은 실제로 보니 그 감동이 더했는데, 서로 대조되는 요소의 조화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크루즈 컬렉션의 무대가 된 밥 앤 돌로레스 호프 앤 에스테이트 역시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이러한 의도가 반영된 공간. 간결하고 모던한 외관과 화려하고 장식적인 내부가 조화를 이룬 건축물은 니콜라가 즐겨 사용하는 ‘부드러운 충돌’이라는 컨셉트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한편, 같은 맥락을 지닌 컬렉션 룩은 크게 다섯 그룹으로 나뉘어 선보였으며 여성성과 남성성, 자연친화적 색감과 메탈릭한 스터드 장식 등 대비되는 요소가 조화롭게 어울린 옷이 주를 이뤘다. 루이 비통을 상징하는 레더 소재를 모던하게 재해석한 가죽 헤리티지 그룹, 이브닝드레스로 할리우드의 화려함을 그려낸 할리우드 글래머, 카무플라주 기법과 카키, 베이지 컬러로 완성된 사막 여행 그룹, 예술적 활동이 활발했던 팜스프링스에서 영감 받은 칼로라마, 카리스마 넘치는 여전사를 나타낸 카리스마 카테고리로 구성된 이 컬렉션으로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그의 천재성을 다시금 입증했다. 옷도 옷이지만 루이 비통은 액세서리 라인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픽적 프린트를 곁들인 쁘띠드 말과 트위스트 백은 물론, 아이코닉한 스티머 백을 재해석한 뉴 스티머 백과 모노그램 프린트 백팩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 외에도 이브닝 드레스와 뜻밖에 환상의 궁합을 이룬 데저트 부츠, 간결하면서도 구조적인 디자인의 주얼리 역시 돋보였다.
이번 크루즈 컬렉션을 보며 여행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여자들이 원하는 크루즈 룩은 단순히 보기 좋은 ‘휴양지 스타일’에 그치지 않는다. 반복적이고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내’가 아닌 다른 인물이 되길 꿈꾸기에 주저 없이 여행길에 오르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크루즈 컬렉션은 이러한 판타지를 완벽하게 충족한다. 일상에서 발견할 수 없는 우리의 이중적인 매력, 생경하면서도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이번 시즌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에 모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