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런던 패션위크에서 야스민 스웰과 수지 버블이 입고 다닌 몰리고다드(Molly Goddard)의 컬러풀한 튈 드레스를 보고 당신이 궁금해졌다. 그들이야말로 런던에서 누구보다 발 빠르고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패션 인플루언서 아닌가. 나는 웨스트 런던에서 자랐다. 몰리 고다드의 컬렉션과 장난기 어린 드레스들은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그 특별한 날들의 기쁨이 영감이 된 결과다. 많은 디자인과 아이디어들을 그때 그 시절 입었던 소중한 옷가지에서 얻었다. 아직도 할머니께서 손수 수놓아주신 자수와 스모킹 드레스를 가지고 있을 정도다. 섬세하고 재미있는 플리츠와 스모킹, 크로셰 디테일 등 주로 수공예적인 기법을 사용하고, 컬렉션의 꽤 많은 부분을 직접 스튜디오에서 만들고 있다.
어떻게 패션 디자이너로 데뷔하게 됐나? 어릴 적부터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패션을 공부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곳에서 니트 웨어 BA 과정을 끝내고 MA 과정을 시작했지만 졸업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친구들에게 내 컬렉션을 입혀 파티를 열고 프레스들을 초대했는데, 그 결과가 꽤 성공적이었다. 이 파티를 보고 드레스 주문이 들어오는 예상치 못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데뷔 후 세 번째로 선보인 2016 S/S 컬렉션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나? 샌드위치 공장을 배경으로 한 프레젠테이션 방식도 흥미로웠다. 이번 컬렉션은 영국의 암울한 여름날, 아름다운 코튼 드레스를 입고 차갑게 젖은 해변을 거니는 상상에서 시작됐다. 보통 이런 상상에서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그리게 되는데, 그보다 구슬프고 암울한 쪽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모델들이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고 서빙하는 샌드위치 공장이란 컨셉트를 프레젠테이션에 끌어들였다. 샌드위치 공장에서 일하며 슬픈 여름날을 보내는 10대들의 모습이랄까.
첫 시즌부터 줄곧 선보인 튈 드레스는 몰리 고다드의 시그니처다. 왜 튈 소재를 선택하게 됐나? 튈 소재가 대부분이던 BA 졸업쇼 컬렉션 때부터 항상 이 소재로 작업하고 있는데, 이 다재다능하고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한 소재에 무한한 매력을 느낀다. 층층이 레이어드하거나 많은 양을 사용해 놀라울 정도로 풍성한 볼륨을 만들 수 있고, 또 그 밀도에 따라 변하는 컬러감이 좋다.
가장 많이 팔린 아이템도 튈 드레스인가? 그렇다. 그중에서도 핑크 튈 드레스는 항상 베스트셀러다. 여기엔 수시간 동안 직접 손으로 만든 전통적인 수공예 기법의 스모킹 디테일이 더해졌다.
사실 튈 드레스는 소화하기 어렵다. 이 드레스를 어떻게 입으면 좋을까? 평소엔 슬립 드레스나 데님, 티셔츠와 함께 스타일링하고 특별한 날엔 이브닝드레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튈 드레스를 톱으로 활용해 진과 점퍼에 매치하는 수지 버블의 룩은 항상 근사하다.
런던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서 진행한 윈도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윈도에 페인트, 붓, 캔, 캔버스 등을 자유롭게 놓아 마치 아티스트의 지저분한 스튜디오처럼 변신시켰다. 이 작업은 특히 기억에 남고 애정이 가는 프로젝트이기도 한데, 어린 시절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 자주 방문하고 또 감탄했던 터라 이곳의 윈도를 나의 아이디어로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영광스러웠다.
당신의 뮤즈나 멘토가 있다면? 나와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고 있는 자매 앨리스는 내 뮤즈이기도 하다. 서로 취향이 완전히 다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게 부족한 면을 보완할 수 있다. 특히 쇼를 진행하는 모든 부분에서 항상 건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데, 지난 프레젠테이션의 모델들도 앨리스가 직접 거리에서 캐스팅했다.
한국에서 몰리 고다드를 만나고 싶다면 어디로가야 할까? 분더샵. 이번 시즌 처음으로 판매될 예정이라 무척 흥분된다. 아직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지만 조만간 꼭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