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계의 화두로 끊임 없이 언급되고 있는 신조어, 바로 ‘애슬레저(athleisure)’다. 애슬레저는 운동을 뜻하는 ‘athletic’과 여가를 뜻하는 ‘leisure’가 더해져 생겨난 단어. 피트니스 센터에서나 입던 기능성 스포츠웨어 혹은 집 앞 슈퍼에 갈 때나 꺼내 입던 ‘추리닝’이 이번 시즌 수많은 패션 레이블의 런웨이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그것보다 무척 시크하고 예쁘며 비싸게 말이다.
운동복을 감각적인 스트리트 패션으로 탈바꿈시킨, 이 애슬레저 룩 열풍의 일등 공신이 요즘 대세 모델 지지 하디드와 켄달 제너라는 사실엔 모두 이견이 없을 터. 탱크 톱과 레깅스, 러닝 슈즈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그녀들의 (환상적인) 건강한 몸매에 전 세계가 칭송을 아끼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런 애슬레저 룩 붐을 애써 외면하던 하이 패션 예찬론자들도 이번 시즌만큼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 우아함과 여성미를 추구하는 하이패션 레이블까지 이러한 트렌드에 동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클로에 런웨이에서는 트레이닝팬츠 주머니에 무심하게 손을 찔러 넣고 런웨이를 걸어 나오는 트랙 수트 차림의 클로에 걸들을 만날 수 있었고, 요즘 가장 핫한 구찌의 2016 S/S 컬렉션에서도 섬세한 자수 디테일을 가미한 그린 컬러의 트랙 수트가 등장했다. 우아함의 정수를 보여주던 보테가 베네타 역시 스트링이 달린 조거 팬츠와 집업 점퍼를 매치한 룩을 런웨이에 올렸다. 그 밖에 브라톱과 메시 소재, 오버사이즈 후디 등 스포티한 요소가 가득한 알렉산더 왕, 스포티한 어깨선이나 반두 톱 등이 등장한 3.1 필립 림과 랙앤본 컬렉션도 애슬레저 무드에 힘을 실었다. 타미 힐피거는 트랙 수트와 메시 톱, 비키니를 레이어드해 휴양지의 여유로움을 전했고, 폴앤조는 실키한 소재의 러닝 쇼츠와 집업 점퍼로 사랑스러운 스포티 무드를 연출했다.
전통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은 이런 열기에 힘입어 퍼포먼스 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없애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카니예 웨스트, 리타 오라 등의 패셔니스타는 물론이고 라프 시몬스나 릭 오웬스 같은 패션 레이블과 지속적으로 콜라보레이션 라인을 선보이고 있고, 푸마 역시 최근 리한나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내세운 ‘Fenty Puma’ 컬렉션을 발표하며 패션 브랜드로의 진화를 선포했다. 물론 콜라보레이션이 아니더라도 올데이 룩으로 활용하기에 손색없는 스포츠웨어도 쏟아져 나오는 추세. 당신이 비록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스포츠웨어 매장에서 쇼핑할 일이 점점 더 많아 질거라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가 이 트렌드에 동참하기 전에 반드시 체크해야 할 중요한 조건이 있다. 애플힙과 탄탄한 복부, 적당히 근육이 잡힌 어깨와 등이 내 몸에 ‘장착되어’ 있는지 확인하자. 아쉽게도 에디터는 어느 하나 해당 사항이 없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완벽한 애슬레저 스타일에 도전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운동을 시작하자. 스타일과 몸매를 동시에 만들어주니 이 얼마나 기특한 트렌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