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색이 지닌 멋에 대해 얘기하라면, 비타민 C처럼 상큼발랄한 매력보다는 에르메스 오렌지 박스가 지닌 고상한 품격에 대해 말하고 싶다. 주황빛 커버의 범우사 문고판 시리즈는 또 어떤가. 이 손바닥만 한 책이 지닌 담백한 멋과 기품은 분명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고아하니 말이다. 그간 주황색을 머리를 샛노랗게 물들인 오렌지족처럼 젊고 반항적인 이미지나 자극적인 단어들과 결부시켰다면, 이번 시즌엔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정제된 주황빛의 멋에 눈길을 돌려보시라. 도무지 ‘모던’이나 ‘세련’ 같은 단어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이 휘황찬란한 색이 간결하고 깨끗한 라인 속에 빛을 발하고 있으니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여자들의 낮과 밤을 위한 드레스들. 먼저 알투자라프라발 구룽은 뉴요커들의 완벽한 휴양지 룩으로 주황빛 서머 드레스를 제안했는데, 타는 듯한 붉은 색감의 석양빛으로 물든 H라인 드레스는 별다른 장식 없이도 꽤 근사하다. 여기에 커다란 라피아 햇이나 에스파드리유 샌들을 더한다면 금상첨화!

 

선명한 주황빛으로 변주된 살바토레 페라가모폴 스미스의 가녀린 슬립 드레스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번쩍이는 주얼리 없이도 단번에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는 멋스러운 이브닝 룩. 그렇다면 일상에선 주황색을 어떻게 입으면 좋을까? 블랙이나 카키의 힘을 빌려 컬러가 지닌 힘을 중화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컬러를 입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