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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이란 의미를 지닌 브랜드명이 독특하다. 한국 독자들에게 셀프 포트레이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면? 생각보다 거창한 의미를 함축한 건 아니다. 그저 셀프 포트레이트의 옷을 입으면 누구나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을 갖게 되길 바랐다. SNS가 생활화되면서 만인이 셀피를 즐기는 시대가 아닌가. 난 예술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편인데, 과거 유명 예술가들조차 자신의 스타일을 스스로 남기는 것을 좋아했더라. 이들처럼 일상을 즐길 줄 알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지극히 여성스러운 느낌의 ‘레이스’가 오늘의 셀프 포트레이트를 있게 만든 일등 공신 같다. 내 고국 말레이시아에선 레이스가 매우 전통적인 요소 중 하나다. 어릴 때부터 친숙한 소재라서 자연스레 디자인의 요소로 받아들이게 됐다. 다만 이 클래식한 소재에 새로운 테크닉을 결합해 신선한 방식으로 변주하는 것이 난제였다. 고민 끝에 양질의 레이스에 가죽 디테일과 정교한 아플리케를 조합한 칵테일 드레스를 떠올렸고, 평범한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자는 결론을 얻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셀프 포트레이트의 드레스는 대부분 4백~5백 달러 선에 구입할 수 있다.) 투명한 레이스를 여러 겹 풍성하게 겹쳐 제작한 러플 블라우스도 인기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꼽자면? 스물두 살 때, 말레이시아의 작은 도시 페낭(Penang)에서 기회의 땅 런던으로 온 것.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모교인 세인트 마틴에 입학한 것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인 듯하다. 사실 말레이시아에선 패션이 중요한 분야가 아니라서 미술을 공부했는데, 이때 패션을 선택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밀라노의 편집숍 ‘엑셀시오르(Excelsior)’에서 소매에 프릴이 달린 화이트 레이스 블라우스를 구입했다. 스타일링 팁을 제안해줄 수 있을까? 탁월한 선택이다. 개인적으로 그 블라우스에 애정이 많이 간다. 그 자체로 화려하기 때문에 심플한 하이웨이스트 진에 클로그를 신으면 예쁠 것 같다.

얼마 전 셀프 포트레이트의 옷이 1초에 하나씩 팔린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대단하다. 특별한 마케팅 전략이 있는가? 운 좋게도 셀프리지스, 네타포르테, 매치스 패션 등 세계적으로 많은 고객을 거느린 리테일러를 만났다. 전략은 딱 한 가지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입고 싶은 옷을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 총이 꼽은 2016 F/W 시즌 베스트 룩.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 총이 꼽은 2016 F/W 시즌 베스트 룩.

2016 F/W 시즌 컬렉션의 컨셉트는 무엇인가? 파격적인 초상화로 유명한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이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 샤를로트 갱스부르를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런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컬렉션을 구상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한 가지 꼽자면, ‘바인(Vine)’ 레이스 미디 드레스. 실루엣은 미니멀하지만 각기 다른 레이스 패턴을 조합해 레이어드한 드레스라 독특하다. 셀프 포트레이트의 드레스 레이블이 이 제품 덕분에 한 단계 진화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당신이 여태껏 들은 코멘트 중 가장 기분 좋았던 칭찬이 있다면? 비욘세처럼 내가 좋아하는 셀러브리티가 내 옷을 입은 모습을보았을 때도 감동적이지만, 한 학생이 내 SNS에 남긴 댓글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 학생은 셀프 포트레이트 드레스 한 벌을 사기 위해 열심히 용돈을 모았다고 했다. 대중의 눈에 내가 만든 옷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가? 최근 신부를 위한 브라이덜 캡슐 컬렉션을 론칭했고, 아이웨어 브랜드 르스펙스(Le Specs)와 함께 만든 선글라스도 출시했다. 2017 S/S 시즌 컬렉션은 뉴욕에서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