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 & FLARE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고요함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래서일까? 피비 필로의 말처럼 그녀는 최근 부드러운 ‘핏 & 플레어’ 실루엣을 세린느에 끌어들였다. 말 그대로 상의는 허리 라인을 따라 몸을 타이트하게 감싸고, 하의는 물결치듯 사방으로 자연스레 흐르는 것. 무엇보다 ‘킥 플레어(Kick Flare)’라고 이름 붙은 팬츠가 걸을 때마다 밑단이 나팔꽃처럼 활짝 퍼지는 게 백미. 비단 세린느만이 아니다. 로에베, 더로우, 에르메스를 보시라! 올가을, 핏 & 플레어 라인은 우아한 모던 걸의 필수 요소니까.
THE OBSESSION
생전 이브 생 로랑이 사랑했던 붉은 심장을 모티프로 한 생 로랑의 거대한 하트 모양 모피 코트, 네모반듯한 블록처럼 확장된 자크뮈스의 테일러드 재킷, 둥글게 뭉친 날개 같은 릭 오웬스의 거대한 톱까지. 디자이너들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극대화된 이모티콘 같은 실루엣이 보는 이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의상 박물관이나 복식 책이 아닌 거리에서 이 옷들을 보게 될지는 의문이다.
ATTITUDE EFFECT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컬렉션에는 공통점이 있다. “옷을 입는 어떤 태도에 관한 거죠.” 바로 알쏭달쏭하게 들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의 말에 답이 있다. 자, 찬찬히 크고 작은 실루엣들을 살펴볼까. 추위에 자연스레 움츠러든 어깨 모양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어좁이’ 옷같은 베트멍의 좁다란 후디(빈티지 시장에서 찾은 어린이 옷 같기도 하다), 앞으로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가느다란 허리에 손을 올린 전형적인 쿠튀르 포즈 역시 토르소 실루엣의 발렌시아가 재킷에 뜻밖의 영감을 불어넣은 결과다. 입는 이의 움직임과 심리 상태까지 고려한 실루엣이라니 꽤 철학적(!)이지 않은가.
POWER PUFF
패션과는 영 거리가 멀어 보이던 패딩이 올겨울 패셔너블한 옷으로 거듭날 채비를 마쳤다. 디자이너들의 과감한 실험을 거쳐 다채로운 실루엣과 볼륨으로 거듭난 것. 허리가 잘록해 보이게 길이를 짧게 쳐낸 스텔라 매카트니의 패딩은 털이 없는 충전재로 눈사람 같은 실루엣을 완성했고, 아크네 스튜디오는 벗겨질 듯 말 듯 통통하게 부푼 패딩으로 흘러내리는 것 같은 독특한 형태를 완성해 눈길을 모았다. 온기와 멋을 동시에 누리고 싶다면 도전할 만한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