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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수많은 여자들이 이상형으로 공유를 꼽을 때 공감할 수 없었다. 내게 공유는 그저 풋풋한 외모와 늘씬한 몸매를 지닌 모델 출신 남자 배우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그 생각이 바뀌었다. 이윤기 감독의 영화 <남과 여>를 보고 난 이후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본 그는 그저 잘생긴 젊은 남자였는데 지금은 세월의 멋이 더해졌다. 게다가 매력을 배가시키는 그의 심플한 스타일은 남친 룩의 모범 답안! _남보라(프리랜스 에디터)

 

강동원

나에게 강동원은 사제복은 물론 심지어 죄수복을 입어도 멋진, 그 자체로 훌륭한 크리처다. 연일 최고기온을 갈아치우는 폭염의 날씨에, 무심한 듯 차가운 듯 무표정한 얼굴의 커피 광고 속 강동원의 모습은 날카로운 눈빛과 베일 듯한 콧날 때문인지 싸늘한 기운마저 감돈다. 화면을 응시하던 중 무심코 내 머릿속을 스치는 라캉의 한마디. 응시도 소유다! _박은영(KBS 아나운서) 

 

콜린 퍼스 or 휴 그랜트

내 이상형은 늘 한결같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콜린 퍼스나 <노팅힐>의 휴 그랜트. 이들처럼 단순하고 담백하며 멋 내는 데 관심 없는, 패션은 하나도 모르는 남자. 하지만 팔이 길고 매너는 좋았으면 좋겠다. 하나도 안 예민하고 안 예술적이어도 된다. 오히려 약간 바보 같아서 여자한테 맨날 당하는 키 큰 남자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상형이란 마치 ‘은장도’같이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단어… 내가 노처녀로 늙고 있는 이유다. _오선희(패션 컨설턴트)

 

올림픽 대표 선수들

요즘 내 눈에 제일 멋진 남자는 몸과 정신이 모두 강철 같은 각국의 올림픽 대표 선수들이다. 100m 달리기 준결승전에서 형광등 같은 건치를 드러내고 싱긋 웃으며 환하게 달려 들어오는 우사인 볼트나, 일본의 귀화 제의를 마다하고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고자 힘든 선택을 한 유도 선수 안창림의 결연한 모습, 석연찮은 판정에도 신사답게 경기에 임해 온전한 동메달을 일궈낸 레슬링 선수 김현우의 멋진 ‘전신 근육’과 결국 태극기를 깔고 눈물을 흘린,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모습까지! 기어이 좋아하는 경기 장면은 TV 화면을 촬영해 근육 위주로 확대해서 보는 덕후 기질까지 발휘됐다. 물론 그들에게도 가장 치명적인, 마음에 안 드는 단점이 있으니, 그건 바로 나란 여자 사람을 모른다는 점. _김소영(막스마라 PR)

 

나만 바라봐주는 남자

가슴 근육이 은근히 드러나는 몸에 적당히 피트되는 드레스 셔츠(컬러는 화이트나 스카이블루, 칼라는 120~160도 벌어진 와이드 스프레드여야 한다)가 잘 어울리고, 셔츠 입을 때는 소매를 두 번 걷어서 팔의 힘줄이 드러나는 남자. 또 자동차를 후진할 땐 한 손은 보조석에 올리고 한 손으로 핸들을 우아하게 돌리며, 김동률처럼 매력적인 중저음의 보이스로 나지막하게 얘기 하지만 아주 가끔 유희열식 유머를 구사할 줄 알면 좋겠다. 밥 먹을 때는 하마처럼 우걱우걱 먹지 않고 정갈하고 단정하게, 또 패션 브랜드를 잘 몰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공감해줄 수 있는, 타고난 고상한 취향도 갖췄으면. 물론 지적 수준이 나보다 월등해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내 남자는 이래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조건은 이렇게 구체적이고 명확하고 또 많았지만, 이제 이런 남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은 태양의 노래 가사처럼 내가 그를 잊어도 나를 잊지 않을, 나만 바라봐주는 남자면 된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_최자영(<마리끌레르> 패션 디렉터)

 

사진가 로 에서리지

한동안 사진가 로 에서리지의 인터뷰 기사를 죄다 찾아서 읽던 날들이 있었다. 계기는 ‘풍자적 교외 미학’이 담겨 있다고 이야기되는 그의 사진들에 꽂혀 그 사람 자체를 궁금하던 때에 발견한, 인터뷰의 한 구절 때문에. 평소의 자신은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하고 규칙적으로 작업을 하며, 인터뷰한 날 아침에도 아이들 아침을 챙겨줬다는 이야기에 왠지 설레고 신뢰가 갔다. 지적이고 예민한 동시에 가정적인 남자라니! 거의 인터뷰 때마다 입는 베이식한 셔츠와 스웨터의 조합도 좋았다. 뎀나 바잘리아의 철자를 아는 유의 남자는 내 취향이 아니니까._이경은(패션 스타일리스트) 

 

양조위

아주 오랜만에 <중경삼림>을 다시 봤는데 양조위가 그렇게 매력적일 수 없었다. 30대가 되어서 본 <중경삼림>은 사랑에 서툴던 어린 시절에 본 것과 느낌이 사뭇 달랐다.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정하고 싶다”는 대사가 낯간지러운 대신, 사랑에 실패한 뒤 꽤 오랜 시간 아파하는 양조위를 보며 ‘썸’으로 시작해 ‘썸’으로 끝나는 이기적인 연애에 지친 공허함을 달랠 수 있었다. 극 중 양조위는 경찰복을 제외하고 아주 평범한 차림으로 등장하는데, 만약 잘빠진 수트 차림이었다면 그 남자의 진심을 제대로 전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유난스럽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묵묵히 곁을 지켜줄것 같은 남자, 도대체 어딜 가야 다시 널 만날 수 있는 거니? _이선화(프리랜스 에디터)

 

제이크 레이시

외국에서 자랐지만 단 한 번도 외국 남자한테 설레거나 좋아한 적이 없다. 태생부터 다른 인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거 같다. 그런데 <러브 더 쿠퍼스>라는 영화를 보던 중 영화의 남자 주인공 제이크 레이시가 평생 깨지지 않을 것 같던 나의 룰(?)을 깼다. 처음으로 외국 남자가 남자로 보이고, 영화를 보는 내내 여자 주인공에 빙의하는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그가 연기한 어딘가 서양 남자답지 않은, 보수적이면서 젠틀한 인물이 좋았던 거지 딱히 그가 좋았던 건 아니라는 걸. 물론 덕분에 좋아할 수 있는 남자 범위가 넓어졌다는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긴 했지만. _황세온(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