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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운 재킷에 열을 올리기는 처음이다. 겨울이면 퍼에 집착할 뿐 패딩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건만,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발렌시아가부터 천펑(Chen Peng)까지, 다양한 브랜드에서 출시한 오버사이즈 패딩 재킷을 검색하고 있으니 말이다.

시작은 <i-D> 매거진의 에디터 줄리아 사르 자무아가 입은 천펑의 핑크색 퍼프 재킷이었다. 스포티한 블랙 후디를 고운 핑크빛 패딩 점퍼로 폭 감싼 채 걷는 그녀가 어찌나 쿨해 보이던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이 퍼프 재킷은 단순히 ‘오버사이즈’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나머지, 거대한 이불을 덮고 다니는 것 같다고 해서 ‘두베(Duvet, 이불) 코트’라고 불린다.

 

리한나 역시 이 힙한 아이템에 단단히 매료된 듯하다. 라프 시몬스부터 신진 디자이너 제시카 월시(Jessica Walsh)까지 다양한 종류의 오버사이즈 퍼프 코트를 입은 모습이 적잖이 포착됐으니까. 특히 마놀로 블라닉 힐만 빠끔히 노출한 채 제시카 월시의 XXL 사이즈 두베 코트로 온몸을 감싼 리한나는 너무도 섹시해 보였다.

 

한때 아웃도어가 붐을 이루면서 다운 재킷은 하이엔드 시장에서 살짝 배제된 듯했지만 이번 시즌 발렌시아가, 스텔라 매카트니, 릭 오웬스 등 내로라하는 레이블이 패딩 아이템을 다양한 형태로 변주하며 올겨울 가장 핫한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눈여겨볼 점은 ‘쿠튀르’란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디자이너들이 열과 성을 다해 소재와 실루엣, 디테일을 다양하게 활용했다는 사실. 발렌시아가는 오프숄더 형태로 어깨 라인을 노출하며 여성성을 강조했고, 스텔라 매카트니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벨벳과 패딩을 조합해 우아한 분위기를 폴폴 풍긴다.

 

두베 코트의 개념을 정석대로 가장 잘 구현한 마르케스 알메이다는 또 어떤가. 이 영민한 디자이너 듀오는 얇은 끈으로 매듭을 지어 비대칭 실루엣을 연출한 두베 코트를 줄줄이 히트시켰다. (국내에서는 짝퉁이 대거 등장할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는 후문!) 퀼팅 솜이불을 연상시키는 두베 코트를 오프숄더 형태로 연출해 패딩을 로맨틱하게 재해석한 알렉산더 맥퀸 역시 감동적이다.

 

이 밖에 명성에 걸맞게 전위적인 실루엣을 선보인 릭 오웬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록볼록한 패딩으로 무장한 스트리트 룩을 선보인 DKNY와 후드바이에어, 다양한 실루엣으로 변형 가능한 퀼팅 다운 재킷을 출시한 아크네 스튜디오, 회화적인 프린트로 쿠튀르적 터치를 더한 에밀리오 푸치 등 브랜드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패딩을 유려하게 풀어냈다.

요는, 기능성은 물론 스타일까지 완벽하게 갖춘 다운 재킷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만큼 넘쳐난다는 사실. 본인의 사이즈보다 두세 치수 큰 미니멀한 디자인의 패딩 아이템을 선택해 약간 뒤로 젖혀 실루엣을 만들어도 좋을 듯하다. 아! 담요를 몸에 두른 듯 두 손으로 쿨하게 감싸는 애티튜드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