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과감함 등 소위 여성 파워를 강조하는 패션계의 움직임은 꽤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 가운데 단어 자체가 옷 안에 입는다는 의미를 지닌 ‘언더웨어(underwear)’를 당당히 드러낸 스타일 역시 흥미롭다. 지난 시즌 스트리트 룩의 강세에 힘입어 로고를 장식한 스포티한 브라톱에 열광하던 패피들은 2017 S/S 시즌 한층 더 과감해졌다. 야릇한 오간자 소재에 레이스와 프릴을 장식한 브래지어를 서슴지 않고 드러내고, 상의로 몸매를 노골적으로 과시하는 뷔스티에 하나만 떡하니 입는 등 요염한 언더웨어를 거침없이 노출하는 것.

이 관능적인 스타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미우미우, 알렉산더 맥퀸, 겐조 등 굵직한 쇼에서 연이어 선보였듯 상의 위에 브라톱을 겹쳐 입는 방법. 이때 톡톡 튀는 컬러나 화려한 프린트가 그려진 브라, 단단하게 모양이 잡힌 가죽 아이템을 선택하면 위트 있는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한편, 시스루 드레스 안에 이와 동일한 색의 언더웨어를 입어 훤히 비치게 만들면 더 섹시한 느낌을 낼 수 있다. 특히 디올은 언더웨어의 레터링 로고를 의도적으로 노출하며 드라마틱한 효과를 냈다.

 

어떠한 요소도 추가하지 않은채 언더웨어를 하나의 옷으로 연출한 디자이너들도 눈에 띄었다. 알렉산더 왕은 힙한 스트리트 룩과 란제리를 결합해 퇴폐적인 느낌을 강조했고, 알투자라는 손바닥만 한 레이스 브라를 펜슬 스커트와 함께 입어 발랄하면서도 도발적인 무드를 완성했다. DKNY는 또 어떤가. 1990년대 스포티 무드를 이루는 주요한 요소로 로고 장식 브라와 하이웨이스트 브리프를 선택한 디자이너들은 현명했다.

 

이뿐인가! 올리비에 데스켄스 쇼에 매끈하게 빗어 넘긴 헤어에 코르셋을 입고 등장한 모델 빅토리아 코센코바가 어찌나 쿨해 보이던지. “란제리가 키 아이템이에요. 이름만 들어도 섹시한 란제리를 수면 위로 올려 여성성을 극대화 했죠.”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말처럼 언더웨어가 로맨틱한 여성미를 강조하는 데 탁월한 건 분명하니, 1%의 용기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