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같은 손으로 열심히 종이접기를 하던 추억이 떠오르는 오리가미 룩이 올봄 디자이너들에게 빛나는 감을 선사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대담하고 화려하게 피어오른 형태보다는, 시 ‘승무’의 한 구절인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를 구현한 듯 차분하고 서정적인 아코디언 플리츠가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바람에 나부끼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매혹적인 오리가미 디테일은 이번 시즌 질 샌더 컬렉션에서 단연 돋보다. 봉긋한 실루엣과 달콤한 파스텔컬러에 얇은 주 름을 하나하나 잡은 드레스는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담은 조르조 모란디의 그림과 닮아 있다. 게다가 이 매력적인 오리가미 드레스는 보디라인을 은근히 드러내니, 여성성을 우아한 방식으로 강조 하는 데 이만한 것이 없을 듯. 마르니의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 역시 자신의 마지막 마르니 컬렉션을 위해 율동감 넘치는 플리츠를 곳곳에 배치했는데, 이는 하우스의 전매특허인 불규칙하고 과장된 형태와 부드러운 리듬감을 이루며 완벽한 고별 무대를 선보이는 데 일조했다. 그런가 하면 정제되지 않은 내추럴한 분위기의 로에베, 정교한 입체 주름과 록 시크 무드가 부드럽게 포개진 하이더 아커만도 기억해야 한다.
이쯤 되면 오리가미의 새로운 매력에 몸과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할 듯. 요즘 거리를 채운 현란한 꽃무늬나 눈이 시린 네온 컬러에 마음이 쉬 동하지 않는다면, 세련되고 우아하게 변모한 오리가미 룩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