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메탈 컬러를 두고 동상이몽을 꾼 듯하다.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1970년대 나이트클럽을 상상하며 골드 시퀸 투피스를, 록산다 일린칙은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은 물결을 떠올리며 골드 새틴 드레스를 선보이는가 하면, 니나 리치의 기욤 앙리는 스포츠 유니폼을 페미닌하게 재해석하기 위한 수단으로 메탈 컬러를 사용했다. 각기 다른 발상으로 메탈 컬러에 접근했지만, 하나같이 지나치게 현란하거나 글래머러스한 무드와 거리를 둔 점이 눈에 띈다. 화려한 메탈 컬러에 ‘당장 입을 수 있는 옷’을 원하는 여자들의 열망을 담은 것!
그 때문일까. 올여름 메탈 컬러는 어느 때보다 우아한 빛을 머금었고, 좀 더 실용적인 스타일로 재해석되었다. 대표적인 디자이너로 하이더 아크만을 들 수 있다. 깨끗한 화이트 셔츠에 번쩍이는 브론즈 컬러 가죽 바지, 골드 플리츠 톱과 심플한 블랙 쇼츠 같은 영리한 스타일링은 언제 어디에서나 근사해 보일 테니까. 안토니 바카렐로가 진두지휘한 생 로랑은 또 어떤가. 슬리브리스 티셔츠와 짝지은 라메 소재 골드 미니스커트는 대낮의 카페에서나 한밤의 칵테일파 티에서나 두루 멋스러울 듯. 윈드브레이커와 보머 재킷에 반짝이는 컬러를 입히며 스포티와 포멀 사이의 균형을 잡은 겐조와 이자벨 마랑, 브루넬로 쿠치넬리 역시 인상적이다. 그러니 얌전한 옷 일색인 옷장에 반짝이는 아이템을 더하는 게 주저되더라도 올여름만큼은 메탈릭 컬러의 우아한 행렬에 동참해보길. 알다시피 반짝이는 것은 늘 예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