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재단된 셔츠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 떨어지는 블레이저, 무릎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펜슬 스커트나 시가렛 팬츠, 심플한 슈즈. 현실 속 미생의 오피스 룩을 상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뻔하다. 그러나 2017 F/W 시즌 디자이너들이 제안하는 트렌드에는 그 뻔한(!) 오피스 룩이 매우 감각적으로 녹아 있다.
그간 동화 속 판타지의 세계를 초현실적으로 구현하는 데 심취하던 칼 라거펠트가 올가을에 경도된 스타일 역시 실용적으로 변신한 오피스 룩이다. 특히 그래픽 프린트 실크 블라우스에 동일한 원단의 펜슬 스커트를 받쳐 입거나, 클래식한 헤링본 소재를 다채롭게 활용한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매치한 룩은 동시대 여성들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뿐인가. 셀린느 쇼의 피날레를 장식한 정소현 역시 스트라이프 프린트 맨즈 셔츠에 스커트를 겹쳐 입은 듯 독특한 팬츠를 입어 드라마틱한 효과를 냈고, 힙 터지는 발렌시아가와 캘빈 클라인 컬렉션 쇼에서조차 톡톡 튀는 원색 컬러 블록을 앞세운 펜슬 스커트와 블라우스, 블레이저의 찰떡궁합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화려한 런웨이에서도 오피스 룩 특유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다.
다양한 실루엣으로 변형된 팬츠 수트 역시 눈여겨보길. 올가을엔 날렵한 슬렉스보다 남성 팬츠를 연상시키는 와이드 팬츠를 선택하고, 무채색과 팝 무드의 원색 팔레트를 버무려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 셔츠와 팬츠의 고급스러운 컬러 매치가 인상적인 빅토리아 베컴을 보라. 쿨하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