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둔 엄마로서 발렌시아가의 2018 S/S 시즌 맨즈 컬렉션은 크나큰 충격과 감동의 도가니다. 대드코어(Dadcore)를 뎀나 바잘리아 특유의 방식으로 풀어낸 쇼에 실제 아빠와 아이로 보이는 성인과 아동 모델들이 손을 잡은 채 등장했으니. 그 모습이 어찌나 쿨해 보이던지 쇼 사진이 뜬 후 남편에게 지겹도록 사진을 캡처해 보내고 또 보냈다.
“아이와 아빠가 함께 있는 모습만큼 아름다운 장면이 없어요. 멋진 가족을 위해 재미있는 컬렉션을 구상했죠.” 이 천재 디자이너는 실제로 아이가 있는 모델들을 섭외하는 데 열을 올렸고 그들을 아이와 함께 캐스팅해 현실감을 부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흔한 부자의 룩이라고 한 말엔 동의할 수 없으나, 적당히 편안해 보이는 오버사이즈 리넨 재킷과 스트라이프 셔츠, 베이식한 팬츠를 입은 아빠와 발렌시아가의 초히트 아이템인 스피드 트레이너를 신은 아들의 조합은 너무도 멋졌으니까.
‘가족’을 슬로건으로 꾸준히 내거는 돌체 앤 가바나도 빼놓을 수 없다. 브랜드의 디자이너 듀오는 ‘DG Family’를 모티프로 찍은 2017 S/S 시즌 광고 캠페인에 이어 리얼 피플을 대거 등장시킨 F/W 시즌 런웨이에도 부모와 아이를 세웠다. 이뿐인가. 올해 상반기에 뜨거운 이슈를 낳은 빅토리아 베컴과 타겟의 콜라보레이션 라인에서도 한정판으로 선보인 키즈 웨어가 가장 빨리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딸 하퍼가 다섯 살이 된 것을 기념해 적당한 가격대의 예쁜 미니미 룩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엄마 빅토리아 베컴의 의도는 적중했다.
“라이프 웨어 존이 확장되면서 오랜 불경기를 체감한 패션 레이블이 키즈 라인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요.” <텔레그래프>의 패션 저널리스트 케이트 피니건의 말이 맞다면 그 전략은 꽤 성공적인 듯하다. 얼마 전 파리 콜레트에서도 반스와 합작한 키즈 스니커즈가 출시되자마자 품절됐다는 소식이 들렸고,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손길이 닿은 구찌의 미니미 룩 역시 고가임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니 말이다. “세대를 초월하는 패션은 새로운 문화예요. 거부할 수 없죠.” 2015년 아크네 스튜디오의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당시 마이클 쉴러가 인터뷰에서 한 말을 다시금 절감하게 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