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얄 테넌바움> 속 기네스 팰트로의 전설적인 퍼 코트. 적당히 투박하면서도 묘하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 퍼 코트가 2017 F/W 시즌 런웨이에서 대거 포착됐다. 빛바랜 듯 빈티지한 브라운 컬러가 은은히 감도는 퍼 코트들은 그 자체로 존재감이 강렬하지만, 이번 시즌 유독 다양한 스타일로 변주되며 힙하게 부활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건 드리스 반 노튼의 100주년 컬렉션에 등장한 40대 배우 안로르 너츠가 입은 캐멀 컬러 인조 퍼 코트였다. 단정한 블랙 니트 터틀넥과 반짝이는 홀로그램 컬러 팬츠에 인조 퍼 코트를 걸치고 큼직한 젬스톤 이어링을 한 그녀가 어찌나 쿨해 보이던지! 베트멍 쇼의 문을 연 은발의 여인은 또 어떤가. 그녀가 입은 밍크 코트는 클래식하면서도 남다른 포스를 풍기며 신선하게 다가왔다. 넘버21과 펜디, 마이클 코어스 쇼에서 로맨틱한 분위기로 변주된 퍼 코트 역시 매력적이었다. 인타르시아 플로럴 프린트로 포인트를 준 밍크 코트 하나로 우아한 룩을 연출한 펜디는 뭇 여인들의 구매욕을 제대로 자극했으며 이탈리아 여배우 안나 마냐니의 스타일을 오마주한 넘버21은 인조 퍼 코트에 골드 브로케이드 스커트를 매치해 페미닌한 느낌을 강조했다.
“투박한 퍼 코트가 올드하다는 고정관념은 버리세요. 이 시대 가장 핫한 스트리트 레이블 중 하나인 와이 프로젝트를 비롯해 베트멍, J.W. 앤더슨 쇼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아이템이 바로 브라운 퍼 코트니까요.” 비욘세의 스타일리스트 마르니 세노 폰테의 말처럼 입는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쿨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으니 이제 겨우내 함께할 퍼 코트를 신중하게 고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