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R

이브 생 로랑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이따금 내가 데님의 창시자이기를 바란다. 데님은 표현력, 단정함, 섹슈얼함, 소박함까지 다 갖췄으니까. 옷을 만들 때 바라는 모든 것이 담긴 셈이다.” 매머드급 디자이너들이 그의 말에 뒤늦게 감명 받은걸까? 이번 시즌 런웨이에는 유독 데님의 등장이 잦았다. 짚어볼 만한 특징은 그간 유행한 기본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타일로 변주되었다는 점.

먼저 캘빈 클라인과 엠에스지엠은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각각 강렬한 붉은색의 이미지를 프린트하거나 레몬색으로 옅은 데님에 페인팅하듯 색감을 입히는 식. 반면 나타샤 진코와 포스틴 스테인메츠는 데님을 과감히 해체하는 방식을 택했고, 알렉산더 맥퀸과 마르케스 알메이다는 버튼을 이용해 실루엣을 보다 구조적인 방향으로 변형했다. 오프화이트와 발렌시아가는 비교적 평범한 데님 룩을 선보였지만 레트로풍의 소재와 패턴으로 다른 브랜드 못지않게 쿨한 무드를 살렸다.

트렌디한 데님이 멀고 먼 하이패션계의 얘기 같다고? 낡고 구식이며 유행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구박해온 당신의 청바지 역시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 그저 데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러니 다가오는 봄에는 이러한 룩을 참고서 삼아 오래된 데님에 자신만의 취향을 입혀보길. 유명 디자이너의 컬렉션 부럽지 않게 힙한 아이템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