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 시몬스는 산업디자인과 가구 디자인을 전공해 갤러리에서 가구 디자이너로도 활동했다. 월터 반 베이렌동크(Walter Van Beirendonck) 패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인턴도 했는데, 당시에 파리 패션 위크에서 본 마틴 마르지엘라의 화이트 컬렉션이 그를 패션계로 이끈 가장 큰 결정타였다고 밝혔다.
라프 시몬스의 이름을 딴, 라프 시몬스 라벨의 시작은 1995년이다. 2명의 남자 모델이 걸어나오는 비디오 프레젠테이션으로 시작된 첫 컬렉션은 이제, ‘옷 잘 입는 남자들이 즐겨 입는 브랜드’가 되었다. 특히 2016년 F/W 컬렉션에서 선보인 오버사이즈의 스쿨룩은 남성복의 패턴을 뒤집어 엎었다. 스쿨룩에 대한 그의 애정은 1997년과 2000년 컬렉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라프 시몬스는 질 샌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다. 질 샌더보다 더 질 샌더를 잘 아는 디자이너라 불릴 만큼 질샌더 특유의 미니멀리즘을 우아하면서도 캐주얼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화이트 면 티셔츠에 볼 스커트를 매치하여 캐주얼과 오트 쿠튀르를 절묘하게 믹스한 하이엔드 스타일을 선보여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의 마지막 질샌더 컬렉션이었던 2012 F/W 컬렉션은 미니멀 로맨티시즘의 절정을 보여준 아름다운 쇼로 아직도 회자된다.
라프시몬스의 디올 첫 데뷔 무대는 환호로 가득했다. 그리고 2016년 마지막 무대까지 매 컬렉션마다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우아한 실루엣에 스포티함을 더했고, 다양한 색채와 그래픽 아이디어들을 매치한 것 또한 신선했다. 그의 새로운 시도들은 오트 쿠튀르 세계에 활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예술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매 시즌마다 쇼장을 장미, 라일락, 참제비 고깔 꽃 등 생화로 가득 매워 설치 미술과 같은 압도적인 디스플레이를 보여주었다.
디올을 떠난 라프 시몬스는 캘빈 클라인의 CCO로 돌아왔다. 캘빈 클라인이 설립된 년도는 1968년. 바로 라프 시몬스가 태어난 해다. 여성복, 남성복, 진, 언더웨어, 향수, 라이프스타일뿐 아니라 광고, 마케팅, 홍보까지 전부 맡게 됐다. 2016년 2월 뉴욕에서 열린 쇼는 캘빈 클라인의 새로운 탄생을 알렸다. 미국 브랜드 특유의 실용주의 감성에 라프 시몬스만의 통찰력과 감각이 발휘 되어 캘빈 클라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캘빈 클라인 바이 어포인트먼트 Calvin Klein By Appointment 라인에서는 라프시몬스의 에술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점점 잃었던 개성을 찾아가는 캘빈 클라인의 모습이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