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는 하모니예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상치 못한 색들을 배치해 조화를 꾀하면 의외의 효과를 낼 수 있죠.” 색채의 왕으로 군림한 시스 마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샌더 락의 말처럼 색은 그 조합에 따라 천변만화한다. 이 색의 매력을 익히 아는 디자이너들은 올해 S/S 시즌 서로 다른 색을 더하고 빼며 적잖이 희열을 느낀 듯하다.
우선, 샌더 락은 달콤한 셔벗 컬러를 중심으로 선명한 원색, 메탈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넘나들며 컬러리스트라는 평가에 걸맞은 실력을 갖췄음을 다시금 입증했다. 그가 선보인 룩 중 레드 퍼 코트와 새먼 핑크 드레스의 조합은 올봄 스트리트에서 자주 포착될 만큼 핫한 트렌드로 떠올랐다. 라프 시몬스 역시 색에 주목했다. 그가 이번 시즌 캘빈 클라인 컬렉션을 통해 구현한 ‘아메리칸드림’을 더 풍성하게 만든 요소 역시 원색 팔레트였다. 특히 옷차림을 한 가지 색으로 통일하고 핑크나 레드 롱 글러브로 포인트를 준 룩은 컬러 블록을 부담스러워하는 대중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듯하다. 로맨틱한 맥시멀리스트,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또 어떤가! 그는 1980년대 글램 룩에 현란한 프린트와 퍼플, 핑크, 라임, 골드 등 다채로운 컬러를 조합했다. 고운 컬러 팔레트의 하모니로 초현실적 이상을 구현했다고 밝힌 조셉 폰트의 델포조 컬렉션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이 밖에도 싱그러운 라임과 강렬한 레드 컬러가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는 룩으로 색의 스펙트럼을 한 뼘 더 넓힌 3.1 필립 림, 청량감 넘치는 블루와 그린의 조합에 주목하게 만든 프라발 구룽 등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서 컬러 블록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 색을 합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이거든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케이티 그랜드의 말을 기억하길. 올여름, 색채의 마법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