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스트라이프를 입으세요!’ 이제 식상할 만도 한데 여름철이면 정해놓기라도 한 듯 스트라이프 패턴이 유행하는 건 단순히 우연일까? 우리에게 익숙한 이 줄무늬의 기원은 생각보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등장한 18세기 말엔 지금처럼 누구나 즐기는 패션에 쓰인 것이 아니라 범죄자와 뱃사람의 상징이었다. 이처럼 죄수복이나 특정한 사람들의 제복에 주로 쓰이던 줄무늬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레저 활동에 잘 어울리는 역동적인 무늬로 변화했다. 19세기 초에 이르면 바닷가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옷은 물론이고 해를 가리는 천막과 의자의 천을 비롯한 거의 모든 것이 줄무늬일 정도로 바다와 밀접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점차 일반적인 의류에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프 패턴은 이후 패션계의 아이코닉한 인물들이 이를 도입한 옷을 즐겨 입기 시작하면서 죄수복의 상징에서 트렌드의 대명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는 1950년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오드리 헵번과 패션 아이콘 트위기의 스타일이 손꼽힌다. 전설적인 록 스타 데이비드 보위와 디자이너 코코 샤넬 역시 이 패턴을 사랑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9년에 발표된 영화 <코코 샤넬>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스트라이프의 매력에 빠져 있었는지 느낄 수 있다. 또 영화 <귀여운 반항아>에서는 주인공 샤를로트 갱스 부르가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보이프렌드 핏 데님 팬츠를 입은 자유분방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 영화로 그녀는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스트라이프는 어느 룩에나 잘 어울리는 클래식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스트라이프는 올해도 어김없이 유행의 최전선에 자리 했다. 매해 반복되니 지겨울 법도 하다고? 속단하지 마시라. 이번 시즌엔 펜디와 피터 필로토의 런웨이에 등장한 룩처럼 가로와 세로, 사선 등의 줄무늬를 자유롭게 레이어드하거나 겹쳐 입는 스타일링으로 변주를 시도했다. 두께와 색, 소재 등에 따라 연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라 여름이 지나도 옷장의 자리만 차지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니 이토록 기특한 트렌드가 또 있을까! 이제 의심의 여지 없이 스트라이프 패턴 하나로 근사한 리조트 룩을 연출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