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 탓에 스타일은 포기하게 되는 이 뜨거운 계절, 통 넓은 반바지만큼 고마운 존재가 또 있을까. 한동안 유행한 반바지는 엉덩이를 겨우 가리는 길이의 꽉 끼는 마이크로 쇼츠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미니스커트를 입을 때 못지않게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보기만 해도 여유가 느껴지는 낙낙한 반바지의 활약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디자이너가 활동성을 고려한 듯 길이가 무릎까지 내려오거나 통이 넓은 반바지를 핫 아이템으로 점찍으며 다양한 디자인으로 컬렉션에 포함시켰다.

이번 시즌 반바지 트렌드에 동참하고 싶다면 런웨이를 주름잡은 두 가지 스타일을 기억하자. 첫째, 버뮤다팬츠로 매니시하게 연출할 것. 수트 팬츠를 무릎까지 오게 자른 듯한 버뮤다팬츠는 포멀과 캐주얼을 넘나들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오버 사이즈 셔츠와 재킷을 매치해 클래식한 버뮤다팬츠 스타일링의 정석을 보여준 소니아 리키엘과 마이클 코어스의 쇼를 참고하면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밴딩 쇼츠의 반전 매력을 즐길 것. 허리가 밴드로 돼 있는 반바지는 남성용 드로즈를 연상시켜 후줄근해 보인다는 편견을 깨고 트렌치코트를 걸쳐 모던하게 연출한 마가렛 호웰 컬렉션과 비즈 장식이나 벨트를 더한 프라다의 스타일링은 호평받기에 충분했다. 또 중세를 연상시키는 자수 롱 코트를 밴딩 쇼츠와 믹스 매치한 루이 비통 컬렉션은 반바지로도 드레시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스트리트에는 일찌감치 반바지 트렌드를 눈치채고 평범한 반바지에 풍성한 샤 소재를 더해 드레스처럼 보이게 하거나 버뮤다팬츠와 재킷을 짝지어 페미닌한 수트처럼 연출하는 등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패션 피플이 곳곳에 눈에 띈다. 올여름은 편안하면서도 트렌디한, 상반되는 듯한 이 두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새로운 반바지의 매력에 빠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