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주얼리의 컨셉트를 간략히 설명한다면? 내 이름인 사라 조(Sarah Cho)에서 사라의 첫 자 S와 성인 Cho를 붙여서 만든 이름이다. 2012 F/W 시즌 파리에서 브랜드를 정식 론칭했고 첫 시즌에 루이사비아로마, 레인크로퍼드, 봉마르셰에 입점하는 행운을 얻었다. 양질의 소재를 까다롭게 골라 파리와 이탈리아의 아틀리에에서 세심하게 작업하는데, 그 정교한 느낌(손맛!)이 주얼리 하나하나에 묻어나게 하려 애쓰고 있다.
주얼리를 디자인할 때 가장 신경 쓰는 요소는? 우리 브랜드가 단기간에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가 한눈에 쏙 들어오는 원색과 지오메트릭한 짜임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시즌이 거듭될수록 주얼리 전체가 이루는 선이 중요한 것 같았다. 제 아무리 비싼 소재를 쓰고 디자인이 훌륭해도 주얼리의 라인이 아름답지 않으면 거추장스러워 보일 위험이 크다. 이 부분을 유념해 디자인하고 있다.
파리에서 주얼리 브랜드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파리의 패션 학교 ‘Mode a Paris’를 졸업한 후 발렌시아가와 랑방에서 일하게 된 것이 출발점이었다. 발렌시아가에서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소재와 테크닉을 보고 배울 수 있었고, 랑방에선 본격적으로 액세서리 부문에서 일하면서 내 꿈을 정하는 계기가 됐다. 그 후 스와로브스키에서 후원한 ITS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쇼 주얼리를 론칭할 수 있었다. 당시 스와로브스키에서 브랜드 론칭을 권하며 5천 피스 이상의 크리스털을 협찬해주어 다양한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지금은 베트멍의 PR 담당 로빈 메이슨(Robin Meason)이 브랜드의 전반적인 이미지 메이킹을 맡아줘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이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해외 프레스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신이 생각하는 ‘주얼리’의 매력은 무엇인가? 주얼리는 아직도 블루 오션이라고 생각한다. 다룰 수 있는 소재나 창조할 수 있는 실루엣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한계가 없다. 아주 작은 피스 하나일지라도 착용하는 사람의 분위기를 드라마틱하게 변신시킬 수 있는 점 역시 흥미롭다.
소재의 조합을 즐기는 것 같은데, 가장 흥미를 느끼는 조합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빈티지 유리, 진주, 자개를 좋아한다. 이탈리아에서 가지고 오는 체인도 디테일 하나하나가 무척 예뻐서 볼 때마다 설레고…. 예상 밖의 소재를 섞을 때 희열을 느끼는데, 특히 동서양의 전통 요소를 한데 녹여낼 때 감동한다.
2018 F/W 시즌에 이어 캡슐 컬렉션도 참 매력적이다. 컨셉트가 뭔가? 2018 F/W 시즌 컬렉션의 반응이 워낙 좋아 그 컬렉션의 연장선상에서 디자인을 구성했다. 이번 라인은 전부 ‘wave’란 단어에서 출발했다. 구불구불한 파도, 흐름을 연상키는 곡선과 추상적인 굴곡이 포인트다.
파리에서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 있다면? 생제르맹 거리를 수도 없이 거닐었다.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오래된 빈티지 숍과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많이 보여 기분이 좋다. 학생 때는 거의 매일 루브르에 갔다.
본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전에 파리에서 까르띠에 전시를 보고 매료돼 빈티지 매장을 속속들이 둘러보며 까르띠에의 빈티지 제품들을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까르띠에는 클래식하고 파리지앵다운 기품이 드러나는 레이블이다. 아르누보풍 주얼리 디자이너 르네 랄리크도 좋아해서 파리 장식 박물관에 자주 갔다. 레디투웨어 디자이너 중에선 질 샌더와 드리스 반 노튼을 좋아하고,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발렌시아가와 2005년 이전의 라프 시몬스, 마틴 마르지엘라도 존경한다.
지금까지 한 작업 중 가장 흥미로웠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언가? 첫번째 컬렉션인 ‘네오 플레이(Neo Play)’을 칭찬하는 사람이 많다. 이탈리아의 아틀리에에서 장인들과 함께 작업한 봉주르 네크리스와 헬로우 네크리스인데 당시에도 많은 호평을 받아 기억에 남는다.
현재 계획 중인 이벤트가 있나? 지난 시즌에 이어 2019 S/S 시즌에도 브랜드 김해김(Kimhekim)과 협업할 계획이다.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꿈은 무엇인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이 참 많다. 드리스 반 노튼 같은 거장 브랜드와 협업하고 싶기도 하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메종에서 디렉터로 일해보고 싶기도 하다. 노력하면 언젠가 이뤄질 것 같은 기대감에 항상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