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망토’라고 부르는 케이프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들도 이번 시즌 패션위크를 휩쓴 트렌드 앞에선 생각이 조금 달라질 것이다. 기존 이미지를 뒤엎을 만큼 세련되게 정제된 케이프 형태의 룩이 런웨이 곳곳에 등장하며 눈길을 끌었기 때문. 게다가 기존의 판초 형태를 벗어나 한층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보였는데, 아우터 일색이던 천편일률적인 모습과 달리 재킷과 드레스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 것도 이번 시즌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가 자크뮈스와 데렉 램의 컬렉션. 테일러드 수트 재킷의 한쪽 소매만 러플처럼 보이게 한 비대칭 디자인을 선보이는가 하면, 소매에 팔을 끼우는 대신 너풀거리는 장식처럼 보이도록 깊이 절개한 새로운 형태의 드레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강인한 여전사를 연상시키는 생 로랑의 파워 숄더 케이프와 트렌치코트를 모던하게 변형한 로에베의 룩은 근사하기 이를 데 없다.
존재감 넘치는 케이프를 데일리 룩으로 활용할 때는 디테일을 최대한 줄인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는 점을 기억할 것.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떨어지는 케이프 아우터를 타이트한 팬츠와 매치하면 트렌디한 룩을 쉽게 완성할 수 있다. 이 방법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면 베이식한 디자인 대신 비대칭 슬리브나 한파 따위는 거뜬히 이겨낼 만한 오버사이즈를 선택해 파격적인 스타일링을 즐겨도 좋다. 단조로운 겨울 룩에 활기를 불어넣기에 케이프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올겨울엔 움직일 때마다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케이프의 실루엣이 길 위에 화려하게 드리우는 장면을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