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ENTINO

오페라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에게 헌정하는 쇼로 꾸며 파리 쿠튀르 위크의 대미를 장식하기로 한 것은 어쩌면 영민한 계산이었을까? 발렌티노의 2018 F/W 쿠튀르 컬렉션은 디자이너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 자신은 물론이고, 쇼를 찾은 (눈물을 흘렸다는) 창업자 발레티노 가라바디와 관객에게 오래도록 아름다운 쇼로 기억될 것이다. “쿠튀르 컬렉션은 좀 더 깊고 개인적인 관점을 수반할 수밖에 없어요. 아름다움에 대한 나만의 비전을 가지고 멀리 나가는 거죠.” 자신감 넘치는 피치올리는 진정한 자신만의 쿠튀르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그리스 신화, 17~18세기의 미술, 파솔리니의 영화, 가장 멋진 발렌티노의 광고 사진을 남긴 미국 포토그래퍼 데버라 터브빌, ‘지기 스타더스트’ 데이비드 보위 등 무수한 영감의 원천에서 아이디어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페르세우스와 그의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수놓은 화려하고 긴 블랙 베이지 케이프, 심플한 실크 블라우스와 테일러드 트라우저 위에 걸친 스팽글 장식 망토, 레드 러플 드레스로 이어지다 오렌지, 옐로, 핑크 등 다채로운 컬러를 넘나들며 특유의 볼륨감을 보여준 대담한 드레스가 쇼의 대미를 장식했다. 특히 모델 카이아 거버가 입은 깃털 가운과 마지막에 등장한 드레스는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그야말로 작품이었다. 여기에 헤어 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가 꽃잎 모티프 헤드기어와 고전적이면서도 대담한 빅 헤어스타일을 더하며 피치올리의 쿠튀르 정신에 지지를 보냈다. 이번 쿠튀르 컬렉션을 보고 나니 이제 인정해야 할 것 같다.피치올리는 옷만 잘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뛰어난 아티스트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