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NCHY
지난 2월 타계한 위베르 드 지방시에게 헌정하는 최초의 쇼를 오트 쿠튀르를 통해 선보이겠다는 발상은 대담하다 못해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자이너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수차례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생전에 이룬 업적과 오드리 헵번을 위해 만든 다양한 의상에서 깊은 영감을 받은 듯하다. 그녀는 결국 용감한 선택을 했고, 파리 역사국립문서관은 최초로 쇼를 위해 가든을 개방했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등장한, 헵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지방시의 룩들이 2018년 새롭게 재해석되었다. 특히 쇼의 시작을 알린 헵번의 오리지널 핑크 앤 화이트 드레스는 블랙과 실버로 컬러에 변화를 주어고,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헵번이 입은 리틀 블랙 드레스에는 다양하고 화려한 장식을 더해 새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이 외에도 총 42벌의 쇼피스를 선보이며 샤프한 테일러드 수트와 허리를 강조한 우아한 드레스, 복잡한 깃털 장식을 절묘하게 활용한 디테일 등 깨끗하고 클래식한 지방시 특유의 색깔을 잘 이어갔다. 몇몇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구조적인 이브닝드레스들은 레드 카펫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더없이 완벽하고 깔끔해 마치 위베르 드 지방시가 살아 돌아온 듯한 이번 컬렉션은 ‘원스 인 어 블루 문’이 흘러나오면서 감동적인 모먼트를 맞이하기도 했다. 피날레 무대가 끝나고 지방시의 모든 디자이너들이 나와 함께 인사를 나눌 때는 마치 그가 그 자리에 함께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하지만 이번 쿠튀르 쇼 이후 클레어 웨이트 켈러의 어깨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이제 그녀에겐 지방시의 아카이브를 뛰어넘는 더 많은 시그니처 룩을 창조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