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달라진 취향 중 하나는 점차 미니멀한 옷이 좋아진다는 거예요. 똑 떨어지는 이브닝드레스에 커다란 이어링. 완벽하죠?” 이바나 트럼프가 한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이어링, 그중에서도 볼드한 이어링의 위력은 기대 이상이다. 사실, 빅 이어링은 딱히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거의 시즌마다 버스 손잡이가 연상되는 커다란 후프 이어링이며 로맨틱한 드롭 이어링이 출시됐고, 번번이 여인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며 불티나게 팔렸으니까. 그러나 이번 F/W 시즌 이 청키한 스테이트먼트 이어링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전보다 조금 더 많다. 소재와 형태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활용할 수 있는 룩의 카테고리가 훨씬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메가 사이즈 이어링이 이전에 디테일을 최소화한 룩을 뒷받침하는 ‘조연’이었다면, 이번엔 알록달록한 팔레트에 현란한 프린트를 앞세운 맥시멀리즘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당당히 받고 있는 것.
귀가 떨어져나갈 듯 무겁고, 어마어마하게 큰 청키한 스테이트먼트 이어링에 매료된 디자이너들 역시 이번 시즌 각자 개성을 녹여낸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톰 포드는 1980년대 특유의 관능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모든 모델들의 귀에 거대한 크리스털 후프 이어링을 걸었고, 마르니는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는 깃털 이어 클립 하나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밖에도 지난 시즌부터 대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FF 로고 이어링을 변형해 선보인 펜디, 웨스턴 무드에 크리스털 샹들리에 이어링으로 글램 무드를 더하는 데 일조한 이자벨 마랑, 힙한 스트리트 룩에 레트로풍의 캔디 컬러 스케이트 이어링을 매치한 발렌시아가, 플라워 젬스톤 이어링으로 19세기 빅토리안 시대의 로맨틱한 무드를 극대화한 시몬 로샤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담해지세요. 위트 있는 이어링 하나로 스트리트 룩부터 이브닝 룩까지 다채롭게 완성할 수 있거든요.” 리파이너리29의 에디터 레이 로웨(Rey Lowe)가 조언하듯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스테이트먼트 이어링의 마법 같은 효과를 만끽할 수 있으니!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