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에게 김해김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김해김은 2014년 파리에서 론칭했다. 브랜드명은 내 본관과 성씨를 조합해 만들었고, 장식 예술적인 연구와 실루엣의 재창조에 목적을 두고 전개하는 브랜드다.

발렌시아가와 이브 살로몬에서 경력을 쌓았는데, 디자이너로서 어떤 경험을 했나? 파리 발렌시아가 아틀리에에는 40년 넘게 드레스를 만드는 장인들이 있다. 옷 만드는 작업 자체에 흥미가 없다면 4개월도 버틸 수 없는 곳이지만, 작업 자체에 의의를 두고 열정을 쏟는 그들에게 장인정신을 배웠다.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그들을 아우르며 컬렉션을 전개해가는 걸 보며 브랜드를 이끄는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많은 주목을 받으며 차세대 디자이너 브랜드로 뿌리내리는 중인데, 지나온 과정에 남는 아쉬움은 없나? 후회 없이 즐겁게 해온 일 자체가 브랜드의 모토가 된 것 같다. 두서없이 자신을 마구 쏟아내며 걸어온 초반의 과정이 없었으면 지금의 김해김도 없었을 것 같고. 앞으로도 계속 즉흥적으로, 마음대로 컬렉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해김의 컬렉션을 보면 여러 형용사가 떠오른다. 직선적이면서도 부드럽고, 간결하다가도 과감하고. 본인의 옷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우아함? 노출이 많거나 스트리트적 요소를 가진 아이템이라도 김해김의 옷은 고귀하고 우아하게 보였으면 한다. 아직까지 많은 실험을 하는 단계라 한 글자로 정리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말이다.

디자인, 소재, 실루엣처럼 옷을 이루는 많은 요소 중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우선 순위는 매번 바뀌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 옷을 입는 사람을 고려하는 과정이다. 패션은 인간의 몸 위에서 완성되는 장식 예술이지 않나.

최근 특별히 영감 받은 문학작품이 있나? 최근 친구와 서점에 들른 일이 있다. 서로를 위한 책을 한 권씩 사주기로 했는데, 그때 고른 책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다. 사진이 실린 책도 아닌데 소설의 배경과 주인공의 심정이 머릿속에 이미지화되고, 디자인으로 흘러나왔다. 이렇듯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요소가 작업의 영감이 된다. 발레, 탈춤, 필라테스처럼 몸을 많이 움직이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중간중간 영감이 떠올라 집중 못 할 때도 많다.

브랜드를 이끌며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 뻔한 이야기 같지만, 언제나 지금이 순간이 가장 보람되다. 바쁘게 작업하다가 주변을 돌아보면 언제나 열심인 팀원이 있는데, 그들을 보면 늘 감사하고 신이 난다.

패션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패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해보고 싶고, 할 수 있는 미션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지금처럼 파리 컬렉션을 진행하면서 서울, 파리, 뉴욕, 도쿄, 런던, 상하이에 부티크를 열고, 향수를 중심으로 하는 코스메틱 라인을 론칭하고, 서브컬처나 도움이 필요한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재단도 만들고 싶다. 10년 뒤에는 김해김의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콘도 사업도 해보고 싶고!

 

KIMHĒKIM
김인태
www.kimhe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