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마다 경쾌하게 살랑이는 프린지와 깃털의 품격.

“1970년대의 로큰롤과 1990년대의 관능적인 무드를 현대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실크 프린지를 달았어요. 마법 같죠.” 2019 S/S 시즌 컬렉션 쇼가 끝난 후 디자이너 톰 포드가 백스테이지에서 이렇게 감탄했듯 미세한 움직임에도 드라마틱하게 흔들리는 프린지의 효과는 꽤 강렬하다. 올봄, 톰 포드뿐 아니라 많은 디자이너가 프린지에 매료됐다. 가장 큰 특징은 웨스턴과 보헤미안 무드에 국한되던 프린지가 다양한 스타일로 변주된 것. 포츠 1961 컬렉션에선 바닥에 끌릴 만큼 프린지를 길게 늘어뜨린 백이 눈에 띄었고, 구찌와 엠포리오 아르마니 쇼에선 관능적인 이브닝 가운에 빼곡히 술을 달아 극적인 볼륨감을 준 룩이 호평받았다. 빛의 각도에 따라 별처럼 반짝이는 비즈 태슬을 단 아쉬시와 꼼데가르송은 또 어떤가! 특히 꼼데가르송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레이 카와쿠보는 ‘어둠 속에서 헤매다’라는 테마로 선보인 쇼의 오프닝 룩으로 얇은 메탈 프린지를 촘촘히 단블랙 팬츠 수트를 선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이퍼 로맨티시즘(Hyper- Romanticism)’을 감각적으로 구현한 미우미우 쇼에서는 크리스털로 프린지를 만든 목걸이가 단연 화제였다.

작은 움직임에도 가볍게 일렁이는 깃털 역시 2019S/S 시즌 트렌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페더 쿠튀르(Feather Couture)’라는 수식이 붙을 만큼 정교하고 화려하게 흩날리는 깃털은 커다란 리본, 과장된 러플, 여릿한 레이스 사이에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배가시키는 요소로 등극했다. “풍성한 텍스처로 구조적인 실루엣을 연출하는 것은 물론 묘하게 섹시한 매력을 어필하죠.” 매 시즌 깃털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컬렉션을 구상하는 드리스 반 노튼의 말에 동의하듯 올봄 로에베, 마크 제이콥스, 로샤스, 리처드 퀸, 발렌티노 등 내로라하는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이 깃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주했다. 마크 제이콥스는 솜사탕처럼 달콤한 컬러를 기반으로 거대하게 부풀린 타조 깃털 코트를 선보였고, 리처드 퀸은 공작새 깃털이 연상될 만큼 글래머러스한 이브닝드레스를 소개했다. 스커트 헴라인에 유색 깃털을 곱게 트리밍한 레지나 표의 스커트와 프라발 구룽의 저지 드레스는 또 어떤가! 깃털 장식을 좀 더 현실감 있게 즐기고 싶다면, 투톤으로 염색한 깃털을 길게 늘어뜨린 로에베의 후프 이어링과 라피아를 깃털처럼 변형해 장식한 발렌티노의 XXL 사이즈 햇을 눈여겨보길.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액세서리 하나로 단조로운 옷차림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