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애니멀 프린트를 사랑한다.’ 전설적인 패션 에디터 다이애나 브릴랜드가 남긴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나 또한 정글 패턴 특유의 극적인 화려함이 부담스러워 선뜻 다가가진 못하지만, 이를 향한 판타지는 꽤 오랫동안 품고 있으니까. 애니멀 프린트를 향한 여인들의 로망 때문일까? 패션계는 매 시즌 다채로운 동물 가죽 패턴을 선보이고 있으며, 그 종류와 스타일링 방법 역시 눈에 띄게 진화하고 있다. 2019 S/S 시즌에도 표범을 비롯해 치타, 호랑이, 뱀, 소 등 그 영역을 확장한 동물 프린트가 곳곳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수많은 정글 패턴 중 압도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건 단연 레오퍼드다. 구찌는 레트로 로맨티시즘을 감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그러데이션된 레오퍼드 프린트 실크 가운을 선보였고, 롱샴 역시 1960년대 룩에 보헤미안 무드를 가미한 프린지 디테일 레오퍼드 드레스를 다양한 실루엣으로 변형해 소개했다. 이 밖에도 로샤스는 채도가 오묘하게 다른 이너와 아우터, 슈즈를 짝지어 생동감을 주었으며, 캘빈 클라인은 달마시안 프린트 리본으로 포인트를 준 호피 무늬 원피스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레오퍼드 프린트로 도배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J.W. 앤더슨의 재기 발랄한 유머가 담긴 호피 무늬 퍼프소매 톱을 눈여겨보길. 팝콘처럼 봉긋 부푼 레오퍼드 프린트 소매와 은은하게 반짝이는 민트색이 묘하게 어우러지며 시너지 효과를 냈으니까. 레지나 표와 블루마린 쇼에서도 레오퍼드 프린트 아우터에 강렬한 네온 컬러 이너를 매치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클래식한 레오퍼드를 차치하더라도 이국적인 스킨 프린트를 발견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관전 포인트는 아찔할 만큼 섹시한 파이톤 가죽 프린트를 힙하게 재해석한 룩. 힙스터의 성지인 오프화이트는 눈이 시릴 정도로 화려한 네온 컬러 팔레트와 파이톤 가죽 프린트를 결합한 아이템을 줄줄이 선보였고, 필로소피 디 로렌조 세라피니는 종이로 만든 파이톤 가죽 무늬 테이퍼드 팬츠를 떡하니 출시하며 반전의 미를 꾀했다. 소‘ (cow)’라는 글씨를 프린트한 티셔츠와 젖소 무늬 가죽 스커트를 코디한 버버리, 얼룩말, 소, 호랑이 등 다양한 동물 프린트를 패치워크한 코트에 핫핑크 타이츠를 매치한 리처드 퀸은 또 어떤가! 이그조틱 스킨 프린트가 과하게 느껴진다면,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마리암 나시르 자데 쇼에 그 해법이 있다. 미니멀한 화이트 실크 드레스에 호랑이 가죽 무늬 베스트를 덧입은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모델과 블랙 크로셰 니트 재킷 안에 글래머러스한 지브라 패턴 브라톱을 입은 마리암 나시르 자데의 여인은 한없이 우아했으니까. “맥시멀리스트라면 자연스럽게 애니멀 프린트에 매료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스타일리스트 모니카 로즈의 말처럼 올여름 정글을 연상시키는 동물 패턴의 존재감은 엄청나니 도전해보길. 그 하나만으로도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