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끌레르> 독자들에게 브랜드를 소개해주기 바란다. 베이스레인지(Baserange)는 인간 중심적 접근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설립한 브랜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우선시하고 환경을 존중하는 옷을 만들고 있다. 스타일, 이미지, 제작 측면에서 본질적인 요소를 최대한 지키고자 한다.

디자인 외적인 철학도 확고하다고 들었다. 브랜드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었다.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당시에는 블란딘과 내 아이들이 지금보다 훨씬 어리기도 했으니까. 물론 이러한 이점은 우리 둘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랜드가 성공한 이유도 이렇듯 ‘우리(We)’라는 가치 위에 존립하기 때문인 것 같다. 패션이든 삶이든 결국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 동안, 우리 삶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전개되니까. 지속 가능성에 기반을 둔 브랜드를 만든 것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대하는 베이스레인지의 시각이 궁금하다. 환경을 비롯한 여러 요인을 대할 때 ‘열려 있고, 솔직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한다. 단순히 하나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각각의 과정을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네타포르테가 주관하는 ‘넷 서스테인(NET SUSTAIN)’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인터뷰를 앞두고 네타포르테의 글로벌 바잉 디렉터인 엘리자베스 폴던 골츠가 천연섬유와 재활용 섬유를 사용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의 선구자이자, 넷 서스테인 프로젝트의 첫 번째 란제리 브랜드인 베이스레인지에 대한 애정 어린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경험을 했나? 지속 가능한 과정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질문이 중요하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 의식적으로라도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개선해야 할 것을 적극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마음가짐 역시 필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지속 적으로 질문하며 열린 태도로 참여할 수 있었던 넷 서스테인 프로젝트는 베이스레인지에 마치 선물 같은 기회였다.

다양한 제품 중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아이템은 무언가? 자연의 색감을 지닌 뱀부 컬렉션 언더웨어. 이는 베이스레인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8년 전 브랜드를 시작할 때 여성의 신체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언더웨어 업계 분위기를 느끼며 그와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속옷을 풀어내고 싶었다. 넷 서스테인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한 쇼(Shaw) 컬렉션도 빼놓을 수 없다. 끈이 달려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는데, 여기에도 베이스레인지가 추구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 여성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 말이다.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다양한 상호 작용에서 영감을 받는다. 표현이 자유로운 이들에게 끌리기는 하지만, 누구든 흥미로운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인을 페르소나로 삼지는 않는다.

재미있는 계획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폐기물 자체를 자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다른 회사의 재고를 인수해 제품 생산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천연섬유나 염료에 중점을 두었던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방식이라 쉽지 않을 테지만, 이를 통해 지구상의 폐기물을 줄이고 폐기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브랜드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언가? 우리가 사는 시대의 일부가 되는 것. 우리가 살고 있는세계에 대해, 우리가 지키며 살아가는 가치에 대해 소통하는 것. 이것들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것, 가치관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 그리고 입는 이의 표현을 통해 비로소 의미를 지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